매일신문

[사설] 경북의 청정 동해안이 '핵 쓰레기장'인가

최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경주 방폐장과 주변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명소화 계획을 밝혔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그까짓 거"라는 심사였다. 그런 지엽적인 선심정책으로 방폐장 유치 후에 파생된 경주 사람들의 불신과 불만을 달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원전에다 방폐장까지 껴안았는데, 정부가 약속했던 각종 지원사업은 제대로 된 게 없으니 '방폐장이 그저 애물단지가 되었을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처분장 건설을 공론화하며 원전이 있는 경북 울진과 경주지역의 민심을 떠보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방사능 방출 강도가 가장 높은 폐기물이다. 그러니 지역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원전과 중'저준위 방폐장에다 고준위 핵폐기물처분장까지…경북이 무슨 핵 쓰레기장이냐"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경북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이 몰려 있다. 게다가 20년 동안 입지를 찾지 못했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까지 수용했다. 그런데 돌아온 게 무엇인가. 정부는 지난 2005년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지역에 55개 사업 3조 4천29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외에는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조차 없다.

당장 이명박정부 시절 "원전이 많은 경북에 원전 관련 연구개발 기능을 주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안전 및 연구개발 관련 시설이 국내에 17개나 있지만, 경북엔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쓰레기는 경북이 떠안고 알곡은 수도권이 챙기겠다는 심산인가.

차제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사업(원해연)' 만큼은 경북지역과 연계를 해야 한다. 경북도는 이미 원전 관련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한 가운데 용역을 거쳐 연계산업 육성방안과 연구센터 유치전략까지 마련해두고 '원해연' 경주 유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정부가 무슨 명분과 권리로 경북민을 다시 무시하고 희생만 거듭 강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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