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최고봉은 천왕봉 아닌 비로봉"

대구등산학교 주최 토론회 "신라·고려때부터 정상 명칭"

'팔공산 제일봉은 비로봉이다'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구시가 팔공산마저 영천에 뺏기려 하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팔공산의 제일봉은 천왕봉이 아니라 비로봉!"

24일 대구시 중구 동인동 대구등산학교 회의실에서는 '팔공산 제일봉은 비로봉이다'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경상북도와 영천시가 팔공산 최고봉을 천왕봉으로 바꾸는 안을 국가지명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기 위해 마련됐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장병호 대구등산학교장은 "일제강점기 때 팔공산 정상 경계를 어떻게 나눴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팔공산 정상에서 대구 쪽으로 수십m 내려온 지점에서 양쪽 경계가 나누어져 있다"며 "그렇다고 영천시가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을 함부로 천왕봉으로 바꿀 수는 없다. 팔공산은 대구의 혼을 담고 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비로봉으로 불렸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며 '천왕봉 불가론'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구시를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주제 토론자로 나선 경북대 사학과 주보돈 교수는 "영천시가 '영천 팔공산'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데 대구시는 관심이 없다"며 "대구시의 무지로 인해 잘못하면 스스로 안방(팔공산)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주 교수는 "대구 정신의 고향으로 동서로 21㎞ 병풍처럼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팔공산인데, 영천에 그 지명을 뺏긴다면 대구는 이제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며 "대구시는 팔공산 정상 부근 경계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부터 파악하고, 정상 지명도 천왕봉으로 바꾸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 교수는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팔공산 정상은 '비로봉'이었음을 강조했다. 당시는 불교국가인데다 팔공산(공산)은 '중악'으로 불렸으며, 불교의 기운이 가득한 이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비로자나불'(부처 중에 가장 으뜸인 부처)을 따서 '비로봉'이라고 명명했다고 풀이했다. 또 영천시가 각종 옛 문헌을 근거로 제시한 '천왕봉'이라는 명칭은 유교를 중시하고 불교를 탄압했던 성리학자들이 '비로봉'이라는 부처 이름의 봉우리를 꺼려서 대신 불렀던 이름이라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불교국가 시절(화엄종이 대세)에는 3봉 또는 5봉을 가진 대한민국의 명산들(오대산'묘향산'태백산'소백산'치악산 등)의 정상은 '비로자나불'을 따서, '비로봉'이라 불렸으며 현재도 그 지명을 갖고 있다.

팔공산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입장도 팔공산 정상은 '비로봉'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동화사 한동기 종무실장은 "부처의 기운이 가득한 팔공산의 최고 봉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비로봉"이라며 "대구시가 '갓바위'는 경산에 주고, '팔공산'은 영천에 주려 하느냐. 경계뿐 아니라 이제 정상 지명까지 모두 영천시에 다 뺏기게 생겼는데도 대구시는 넋을 놓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경북도 지명위원회는 팔공산 최고봉과 제2봉의 이름을 천왕봉과 비로봉으로 하자는 안을 국가지명위원회에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며, 이에 대해 대구시는 인접지역 공식의견을 국가지명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기획취재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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