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삶의 보금자리다. 그런 까닭에 각각의 집에는 각각의 삶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삶을 품고 있는 집은 미술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
11월 8일(토)까지 갤러리전에서 초대전을 갖는 장민숙 작가에게 집은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존재다. 장 작가의 그림에는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어깨를 맞대고 촘촘히 서 있는 집들로 인해 화면은 일체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는다. 장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집은 크고 화려한 저택과는 거리가 멀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서로를 의지하듯 바짝 붙어 있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집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산동네가 연상된다. 여기에 빛바랜 듯한 색상과 약간의 스크래치가 더해지면서 대단히 서민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장 작가가 집을 그리는 이유는 사람(주인)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이자 자신과 타자를 구분 짓는 경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의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집 밖은 그야말로 야생의 서식지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오면 밖의 세상을 끊어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서 안식을 얻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비로소 평온을 느끼게 된다. 장 작가는 집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연을 시각화하고 있는 셈이다.
장 작가는 세세한 묘사보다 색채를 통한 면 분할에 중점을 두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성한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채도가 높은 색들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고 이는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된다. 장 작가의 작품이 구상적이면서 추상적이고 재현적이면서 비재현적인 특징을 갖는 이유다.
장 작가의 색면 추상이 지향하는 감각은 따뜻함이다. 경쾌한 붓질과 밝고 화사한 색채의 집적이 주는 이미지는 포근하다. 게다가 장 작가는 창문마다 촛불 하나씩을 밝혀 놓았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장 작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단상을 수집해 다양한 집의 형태로 표현했다. 산책을 하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집을 상상했다. '산책'은 주변에서 만난 힘든 삶들을 아름다운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주제의 특성상 따뜻하고 포근하게 표현했으며 정겹고 소박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장 작가의 대표작 '산책'을 비롯해 동화 같은 집들이 모여 있는 새로운 형상의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053)79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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