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은 본인의 능력에 좌우되지만 갖가지 인연이나 운도 무시할 수 없다. '관운'(官運)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실력 있는 사람이 격에 맞는 자리를 얻는다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항상 말이 나오고 논란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구미속초'(狗尾續貂)라는 말이 있다. 담비 꼬리에 개 꼬리를 이었다는 뜻이다. 진서 '조왕윤전'에 나오는데 중국 진(晉)나라 때 조왕(趙王) 사마윤에 얽힌 고사성어다. 사마윤은 진나라 첫 황제인 사마염의 숙부다. 사마염이 죽고 혜제가 즉위하자 사마윤이 제위를 찬탈해 친척과 친구는 물론 노비에게도 관직을 주었다. 당시 관모는 담비 꼬리로 장식했는데 갑자기 벼슬아치가 늘면서 담비 꼬리가 모자라자 개 꼬리로 만들었다. 이처럼 함부로 벼슬을 준 것을 두고 세인은 '초부족 구미속'(貂不足 狗尾續)이라며 조롱했다.
최근 청와대가 헬스트레이너를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이 행정관은 부유층과 연예인을 상대해온 여성 헬스트레이너로 가끔 TV에도 출연했다. 배우 전지현도 고객이다. 그런데 그에게 대통령의 건강관리를 맡기자 야당과 언론이 입을 대고 청와대가 대거리하면서 말썽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헬스트레이너를 들인 것은 흠이 될 게 없다. 그런데 청와대가 "헬스트레이너가 아니라 제2부속실 소속으로 홍보와 민원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부서다. 독신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계속 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청와대는 "소외계층을 살피는 민원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유지시켰다.
애초 대통령의 건강관리 차원이라고 솔직히 말했다면 문제가 없는데 제2부속실을 존치시킨 명분도 그렇고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둘러대다 일이 꼬인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출입 문제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행정관으로 채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외계층 운운하며 궁색하게 변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과 부적절한 대응이 입방아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사람 쓰는 일에서 문제가 생기고 3급 행정관 채용까지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요즘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많은데 문고리가 빠져 삐걱대면 늘 시끄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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