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계급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 한울 아카데미 펴냄
'한국사회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무자식들의 나라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자발적 솔로든 비자발적 솔로든 한국에서 청년 솔로는 더 이상 희귀현상이 아니다. 솔로계급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솔로계층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산업도 등장했다. 당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솔로의 확산, 무자식자의 확산은 사회를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사회는 청년 솔로현상을 해소할 대책을 갖고 있는가?'를 묻는다.
결혼하지 않고, 자식을 낳지 않는 세대가 급속하게 늘어난 직접적인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다. 옛날 어른들은 '사람은 모두 제 밥그릇을 타고난다. 낳아 기르기만 하면 자기가 다 알아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자식을 낳아놓고 충분히 무장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정을 떠날 때는 '전셋집'이라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한, 결혼과 자식은 유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 모든 게 경제 탓이란 말인가?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했고, 그로 인해 가난해지거나 불안해진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게 다 돈 때문이라면, 현 상태에서 복지수준을 스웨덴 수준으로 올리면 청년들이 더 많이 결혼하고,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인가?
지은이는 신자유주의 확산이 청년들의 고용기회를 줄였고, 이미 고용된 청년들도 불안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솔로 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여기에는 문화, 인구, 생태, 남녀 비대칭 등 많은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남녀 비대칭이란 전체 인구의 비대칭이 아니라 결혼할 뜻이 있는 남녀의 비대칭을 말한다. 이는 결혼생활에 대한 남녀의 인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책은 모두 2부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무자식자 시대의 등장'에서는 상부와 하부가 맞지 않는 현상, 남성과 여성의 비대칭, 꼰대와 기생솔로(다 큰 뒤에도 부모에 얹혀사는 자식)의 엇나간 세대 전쟁 등을 다룬다. 2부 '무자식자 전성시대의 새로운 균형'에서는 솔로를 줄이기 위해 우리사회가 짚어봐야 할 것들을 다룬다. 외국의 출산과 육아정책, 최저임금 강화와 기본소득, 기족친화형 기업, 사회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경제 등을 다룬다. 무자식자 시대는 닥쳐왔고, 이제 이 충격을 얼마나 완화시키고, 또한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고, 그들의 삶이 장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의 솔로현상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돈 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든 청년 남녀가 결혼이나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비자발적 솔로'에게는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솔로 문제는 잘 풀리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로 '우선 현재의 한국 지배층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또 안다고 해도 경제적 기득권의 일부를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 엘리트층은 청년 솔로 현상을 결국 남의 일, 가난한 사람들의 일로 치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결혼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결과로 한국 사회는 여러 가지 충격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301쪽, 1만8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