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일본은 가장 전도가 어려운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 신앙이 발달한데다 천황숭배사상이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평생을 일본전도 활동에 바친 목회자가 있다. 바로 신현석(81) 일본 도쿄 동북교회 원로목사회 회장이다. 안동 출신인 신 목사는 18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은성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역전의 용사다. 그는 계명대학교 음악대학 1회 졸업생으로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목회자가 됐다. 이후 그는 일본에 머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일본 기독교계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 대구를 방문한 신 목사를 만나 한국과 일본의 기독교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을 들려 달라
▶계명대 음대를 졸업한 뒤 1965년 일본 도쿄 구니타치 음대로 유학을 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하던 중 동료 아르바이트생이 목회자의 길을 제안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목사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 하지만 신학대학 팸플릿을 가져다 보여주는 등 계속 권유를 했고 한국전쟁 때 나를 살려 준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라는 하늘의 계시라 생각해 편입시험을 통해 동경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동경신학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목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대신 일본에서 목회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다. 일본의 기독교 역사는 우리나라보다 오래 됐다. 하지만 저변은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인연이 깊은 일본에서 사람들을 구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정착하게 됐다.
-일본과 한국의 기독교 문화가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교회와 한국 교회의 차이점은
▶일본의 기독교 정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반해 한국 기독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권위적이며 보수적이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계는 많은 교단으로 나뉘어 있다. 반면 일본 기독교계는 한국만큼 교단 수가 많지 않다. 이는 교리 해석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본 기독교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일본 교회의 십일조 문화와 한국 교회의 십일조 문화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엄격하게 십일조가 지켜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정한 직책 또는 지위에 오르면 특정 금액을 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십일조는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다.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교회 대형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기독교계 분위기는 어떠한가.
▶일본에서는 교회 대형화에 대한 우려가 없다. 일본 교회는 규모 면에서 한국 교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교인 2천 명만 되면 가장 큰 규모의 교회에 속한다. 교인 수가 30명 안팎의 작은 교회가 대부분이다. 전도가 어려운 환경적인 요인에 외적 성장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문화가 낳은 결과다.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교회 세습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기독교계는 어떤가
▶일본 기독교계에서는 세습이라는 문화가 생소하다. 자기 신앙으로 하나님을 잘 섬기고 신도들을 인도하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이다. 노력하지 않고 교회를 물려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가 대형화, 세습화를 추구하면 사회적 신용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독교계에서 자정 노력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화를 지양하고 작은 교회를 귀하게 여기며 진짜 복음을 사회에 전파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역할이다.
-일본에서 할 말을 하는 목회자로 알려져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종군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목회자의 사명 중 하나다. 그래서 일본 기독교에서 야스쿠니신사문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도쿄 오비린대학에서 그리스도교학과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 아래 야스쿠니신사 참배뿐 아니라 종군위안부 문제 등을 일본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당시 강의는 상당히 인기를 끌어 1천200명이 수강하기도 했다. 2003년 지바현에서 그리스도 그레이스교회를 개척해 담임 목사를 맡고 있다. 교인은 모두 일본인들이다. 설교를 할 때 일본 내 한국인 차별, 한일 현안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국 교회에서 일본에 많은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지만 일본 사회의 거부감과 언어적 문제 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전도에는 충분한 시간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단기선교훈련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을 세워 일본 내 선교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어떤 목회자로 남고 싶나
▶교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은 영혼을 구원하는 일과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일이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힘이 닿는 한 목회 활동을 계속 할 생각이다. 또 낮은 곳으로 임하신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삶에도 충실하고 싶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우호를 증진시키는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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