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온대안학교 학생·교사 을숙도까지 자전거 여행

게임중독 아이들 은빛 페달을 밟다

가온대안학교 제공
가온대안학교 제공

대구 가온대안학교가 최근 학생들에게 평소와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 화제다.

가온대안학교 학생 8명과 교사들은 지난달 말 3박 4일 일정으로 대구에서 낙동강을 따라 부산 을숙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학교 측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학생들이 도전의식과 참을성을 기르고 재미와 성취감을 만끽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가온대안학교는 게임중독, 과잉행동장애, 학습 의욕 부진 등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 학교 측은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흥미를 보이는 분야도 많지 않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자전거로 200여㎞에 달하는 길을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신이 나 페달을 밟은 것도 잠시, 오르막에서 힘겨워한 것은 물론 길을 잃고 헤맨 적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고, 타이어에 구멍이 나 수리를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피곤함에 지친 일행은 저녁식사 후 바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고1 과정인 한 여학생은 "힘들어 첫날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선생님들께서 우리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 일이라는 점을 깨닫고 힘을 냈다"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일정을 마치고 나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중2 과정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힘들고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일정을 마치고 나니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며 "낙오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끝까지 완주한 친구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동행한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전했다. 최정원 교사는 "평소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었는데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앞장서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이수영 교사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교사들도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입학 문의는 053)522-7177.

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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