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논에서 나는 골재(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경북의 농촌 들녘을 누빈다. 한달여 만인 지난주에 경북 김천에서 골재가 있는 논을 발견했고 매장량도 꼼꼼히 확인했다. 매장량이 9천루베(1㎥의 양에 해당하는 공사현장 용어)로 시가가 1억 8천만원쯤 됐다. 그는 "지역 아파트 분양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모래 수급이 달리고 있다. 모래를 찾으면 노다지를 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요즘 건설업계에선 골재를 찾아 강이 아닌 논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4대강 사업과 환경 문제 등으로 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것을 규제하면서 모래 품귀 현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논 골재는 간단한 조사를 통해 매장량까지 쉽게 가늠할 수 있어 인기다.
대구레미콘공업협동조합 서재석 상무는 "각 지자체들이 2~3년간 강에서의 골재 채취를 묶어둔 탓에 현장마다 모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강 대신 논에서 모래를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지역에선 울진, 봉화, 예천, 상주, 밀양, 김천 등에서 논 모래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 골재는 1960~70년대 정부 주도의 농지 정리 과정에서 생겨났다. 강과 도랑의 폭을 줄이고 논으로 바꾸면서 '모래 품은' 논이 탄생한 것.
한 골재업자는 "골재가 있는 논은 큰 강이나 감천 주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과거 강이었던 곳에 논을 만들기 위해 복토를 했다"고 전했다.
골재가 귀해지면서 모래를 찾은 이들은 건설업계에서 '갑'으로 군림한다.
B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얼마전부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만사를 제쳐두고 모래를 찾아 농촌을 헤짚고 다닌 결과 보름 전 모래가 나는 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래가 귀하다 보니 모래를 얻기만 하면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통상 건설업계에서 결제방식은 외상이나 어음 거래가 많지만 모래 거래만은 예외다. 모든 거래가 현금을 기초로 대금을 선 지급해야만 매매가 될 정도로 골재업자들의 위세가 만만찮다.
하지만 무리한 골채 채취는 논을 망칠 수 도 있다.
보통 골재업자들은 추수 이후에서 모내기전까지 수개월 정도 골재를 채취한 후 다른 공사현장에서 나온 흙으로 논을 돋워준다. 한 골재업자는 "모래가 있는 논이 있으면 그 위를 1m가량 걷어내고 모래를 다 파낸 뒤 복토를 하기 마련인데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논의 지력을 상실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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