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도민체전 6연패를 자랑하는 경북 최고의 체육도시다. 하지만 체육 인프라를 들여다보면 경북에서도 2류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푸념이다. 포항종합경기장'포항체육관'포항실내사격장 등 30년 안팎의 낡은 시설물들이 즐비하다. 안전 문제나 누수 등 불편이 크지만 포항의 악화된 재정 때문에 제대로 된 개'보수도 어렵다. 여전히 시설물에 대한 땜질식 보수만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타운 마스터플랜도 구상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
◆ㄱ자 강철구조물 괴어 'C등급'
포항시 남구 형산강로에 위치한 포항종합경기장은 지난 1986년 전국소년체전 개최와 포항시의 체육시설 확충을 위해 86억4천600만원을 들여 지난 1985년 5월에 완공됐다.
부지면적 4만2천757㎡, 연면적 1만7천609㎡, 좌석 수 2만4천여 석, 수용 가능인원 3만 명으로 지난 1995년 전국체육대회 유치를 비롯해 완공 이후 각종 시'도 행사를 맡아왔다. 또 K-리그 포항 스틸러스가 첫 홈 구장으로 지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포항종합경기장의 땜질이 시작된 것은 완공 20년이 지난 후 지난 2006년 체육관 수영장 등과 함께 안전진단을 받을 때부터다. 진단 결과 종합경기장은 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스탠드의 처짐 우려가 있어서 지난 2010년 스탠드 아래를 'ㄱ자' 강철 지지대를 보강해 부랴부랴 2010년 경북도민체전을 치렀다.
체육인들은 "운동장 벽면과 비슷한 색깔로 설치돼 얼핏 보면 원래 있던 구조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구조물만 없으면 종합경기장은 아찔한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건설한 지 20년이 넘다 보니 상수도배관도 교체해야 했고 전광판'소방설비'육상트랙 교체 등도 줄줄이 이어졌다. 포항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보수와 시설보강에 50억원 이상 투입됐다. 이 때문에 체육계와 시의회 등에서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이나 신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정적인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한 육상인은 "전반적인 시설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5년마다 공인받아야 하는 트랙의 경우 라인이 사라지고 거리를 표시하는 알루미늄도 바닥에서 휘어져 트랙을 달릴 때 사고 요소로 지적된다. 또한 경기장 내 합숙하는 육상 꿈나무들이 1970년대 수준의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종이타깃, 전국대회 이젠 못해
지난 1985년에 지어진 포항시 북구 새천년대로 포항실내사격장은 사무실과 71개의 사대 곳곳에 비가 샌다. 게다가 아직도 종이타깃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타깃 설치 등 시설 현대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지붕 누수를 차단하는 것 외에 다른 보수 방안은 미뤄졌다.
결국 지난 4월 치러진 전국 규모 사격대회를 끝으로 포항실내사격장은 더 이상 전국 대회를 유치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선수 연습장으로도 활용하기 어렵게 됐다.
대한사격연맹이 전자타깃으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내년부터 전자타킷을 갖춰야만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포항실내사격장에서 열린 제36회 충무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대회 겸 제2회 유스 올림픽경기대회 1차 선발전에는 전국에서 선수'감독'학부모 등 1천여 명이 참가했다. 대회는 하루에 불과했지만 현지 적응 훈련과 연습 등을 감안하면 최소 3일은 체류한다. 이처럼 전국대회 참가자들이 포항에 찾아올 때 기대할 수 있는 경제효과를 이젠 포기해야 한다.
포항사격연맹 관계자는 "포항은 예전부터 사격의 메카로 이름나 있고, 중고 사격부가 6개나 있다. 하지만 경기 시설 미비로 사격 꿈나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국제대회 하루 전 빗물통 수십 개 즐비
지난 8월 포항은 국제적인 스포츠 망신을 당했다. 2014 세계태권도한마당 개막을 하루 앞두고 포항체육관 천장에서 비가 샌 것이다. 빗물을 받기 위해 바닥에는 파란 물통 수십 개가 즐비했다. 53개국 4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이 광경을 봤다.
국기원 관계자도 "국제태권도대회를 국내 곳곳에서 치러봤지만 실내체육관에 비가 새는 곳은 포항이 처음"이라며 당혹해했다. 다행히 개막일에 비가 오지 않아 더 이상 망신살은 뻗치지 않았지만 포항 스포츠 인프라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
국제적인 망신에 포항시와 정부는 놀랐다. 포항시는 정부의 체육노후시설 보수 공모사업에 포항체육관을 신청해 국비 30억원을 확보했다. 내년부터 시비 67억원을 보태 포항체육관에 대한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한 체육인은 "지난 1985년 지어진 포항체육관은 평소에도 자주 비가 샜다. 이곳에서 행사를 치르기 위해 대회 날짜를 잡을 때는 일기예보를 꼭 참고했다"고 털어놨다.
◆ 'D등급' 8년 만에 리모델링
포항종합경기장과 함께 지난 1985년 지어진 포항실내수영장도 지난 2006년 안전진단에서 전면적인 시설안전 보강이 필요한 D등급을 받았다. 한꺼번에 수백 명 동시 입장이 가능한 대규모 다중 이용 시설이지만 전면적인 리모델링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포항실내수영장은 지난 2008년부터 환기 시설물 교체, 2009년 내부 수선, 2010년 지붕 보수 등 땜질식 보수를 하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시비 21억원과 국민체육진흥기금 9억원 등 총 3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그런 뒤에도 3차례 연기 끝에 지난 3월 재개장했다.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지 8년 만에 리모델링이 완료된 셈이다.
포항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수온과 수질이 예전보다 개선되면서 리모델링 전인 지난 2012년에 비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 이상 늘었다. 하루 1천100여 명에 이른다. 또한 수영장 난방 에너지원으로 도시가스가 아닌 포스코에서 나오는 용광로 부생열을 사용한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이런 난방시스템 덕분에 연간 40%가량 연료비 절감도 기대되고 있다.
한 체육인은 "수영장 사례에서 보듯 리모델링을 하기에 따라 오히려 돈을 줄일 수도 있다. 체육시설에 대한 신중하면서도 효율적인 투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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