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왕의 길-선도산 지구

경주에는 수많은 유물유적이 산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잊혀지고 소홀해지는 유적지들이 더러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의 유물 몇 점만 꺼내도 웬만한 지역의 국보급에 못지않고, 땅만 팠다 하면 문화재들이 수북이 쏟아지는 곳이 경주다. 56명의 왕이 통치한 천년 왕조였으니 오죽하겠는가.

많은 문화재가 존재하다 보니 잊혀지고 방치된 것이 많다.

최근 남산과 시가지 동부사적지, 불국사권, 조선시대 유적지인 양동마을 등 경주를 대표하는 각종 유명 문화재나 유적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도산 지구에는 관심의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주 선도산 지구에는 천마총과 반월성 첨성대, 월지(안압지) 등으로 대변되는 시내 왕경지구 다음으로 신라의 고분이 많다. 신라 제29대 왕으로 당나라와 연합해 백제를 멸망시켜 삼국통일의 기초를 마련한 태종무열왕릉이 있고, 신라를 강력한 국가로 거듭나게 한 진흥왕릉도 있다. 이 밖에 진지왕릉 문성왕릉, 김유신과 설총과 최치원 등을 모신 서악서원, 신라 건국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파소신녀를 모신 성모사(聖母祠)도 있다.

이 가운데 신라 제24대 진흥왕릉의 묘역은 왕릉으로 불리기엔 초라하기 그지없다. 웬만한 경주인들조차 진흥왕릉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잊혀지고 있다.

어느 국가나 위대한 통치자가 있지만 진흥왕(540~576)은 장구한 신라사에서 가장 위대한 왕의 반열에 올라야 마땅한 인물이다. 대외적으로 백제로부터 한강유역을 탈환해 서해를 거쳐 중국과 통할 수 있는 출구를 확보했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며 신라의 힘을 보여줬다. 함경도 황초령비, 마운령비, 서울의 북한산비, 창녕의 창녕비 등이 세워진 것이 그 증거다.

경주의 서쪽에 있는 선도산은 '산에 올라 오줌을 누었더니 서라벌에 홍수가 났다'는 김유신의 누이동생 꿈에 나오는 산으로 잘 알려졌다. 언니 보희가 꾼 꿈을 동생 문희가 사서 신라의 왕후가 됐다는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이 산이다. 그래서 이 일대에는 보희연못이 있고 문희공원도 조성돼 있다. 신라를 진정한 국가로 만든, 말 그대로 왕의 길이 이 일대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

천년 고도 신라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잊혀졌던 유적지에 대한 홍보를 위한 뜻깊은 행사가 8일(토) 열린다. '신라 왕의 길-2014 함께 걷는 왕의 길'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경북도'경주시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로 인해 경주 국립공원 서악지구 선도산 일원이 새롭게 조명되고 경주의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개발되길 기대한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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