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되면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각종 구조'구급 업무를 하게 된다. 특히 동물 구조 업무가 요즘 꽤 많이 늘고 있는데, 자칫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포획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인 때가 많아 마음 한편이 아프기도 하다.
'소방'(消防)이란 사실 사전적 정의로 따지면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함'이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업무가 화재 진압이라는 고유의 업무에서 각종 구조'구급 업무까지 확대됨에 따라 동물 구조, 문 개방, 벌집 제거 등 다양한 신고에 출동하고 있다.
필자는 119대원이 되기 전 SBS의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이때에 주황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 119대원을 보고 '119는 동물 구조도 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실제 119대원이 돼 보니 동물 구조 출동을 할 일이 꽤 많았다. 119대원이 된 후 직접 동물 구조 출동을 하면서 느낀 점과 반려동물 주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쓴다.
유난히 더운 지난해 여름 대구 남구에서 "큰 개가 사람을 위협한다"며 유기견 포획을 요청하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 도착 후 대원들은 블로우건(입으로 부는 마취총)과 마취약, 포획망 등 동물 포획 장비를 챙겨 그 일대를 수색하였다. 보통 신고가 접수되고 나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 그 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고 내용에 따르면 유기견이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 개를 찾아야만 했다.
모든 대원들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수색해도 개가 나타나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 골목 모퉁이에서 큰 개를 발견했다. '아! 저 개가 신고된 유기견이구나!' 모든 대원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눈빛이었다. 영화 속 추격 장면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개를 계속 추격하다가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하기로 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매복 지점에서 10m 마취총 사정거리 안에 유기견이 들어왔다. 한 번에 명중시키지 못하면 유기견 포획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 집중해 성공해야만 했다. 마취총이 발사되고 정확히 주삿바늘이 유기견 엉덩이 부분에 명중되었다. 그 후 유기견은 놀라 달아나더니 얼마 못 가 마취약에 취해 쓰러졌다. 대원들 모두 안전하게 포획하였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었다.
안전하게 포획된 유기견은 소방서로 이동하여 얼마쯤 지나 마취에서 깨어났는데 신고 내용과 전혀 다른 착하고 순한 개였다. 주인을 잃고 주변을 맴돌다 신고가 들어온 것이었다. 보통 유기견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면 주인을 잃었거나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많다. 그중 정말 위험한 개는 일부분이며, 집을 잃고 주인을 그리워하는 개가 대부분이다. 이런 때는 정말 포획하는 입장에서도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든다. 하지만 유기견을 내버려두면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119대원들은 반드시 포획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임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광견병에 걸린 유기견 같은 경우 어린아이나 노인을 물기라도 하면 정말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획된 유기동물은 결국 구청과 위탁 계약 체결된 관내 동물병원이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내져 일정기간 동안 공고하면서 주인을 기다리게 되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분양 또는 기증되거나 안락사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유기동물 처리 현황을 보면 여러 가지 처리 방법 중 안락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유기동물 보호장소의 한계와 유지 비용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생명 경시 풍조를 만연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다.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여 애완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최근의 경기 악화와 반려동물 진료 시 부가세 징수 때문에 주인으로부터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관리와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따라서, 안락사 비율을 줄이고 분양이나 기증을 높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련 부서에서는 동물의 개체식별장치(전자칩 등) 시술 정책 도입으로 유기동물의 수를 줄여 소방공무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필요한 곳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유기동물의 동물병원 위탁 확대를 검토해 안락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말 주인이 반려동물을 생각한다면 반려동물 목걸이나 등에 휴대전화 번호를 표시해두면 출동한 대원들이 현장에서 주인에게 전화하여 바로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물 구조 출동을 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119대원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동물의 생명을 구할 때 또한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동물의 생명까지 보호하는 대한민국 119대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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