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2011년 연재를 시작한 후 각종 패러디 열풍과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웹툰 '패션왕'을 영화화했다. 주원과 설리가 주인공을 연기하고, '선물'(2001)과 '작업의 정석'(2005)의 오기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하고 싶은 일도, 되고 싶은 꿈도 없는 빵셔틀 우기명(주원)은 서울로 전학 온 후 야심 차게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하지만, 그의 미약한 존재를 알아주는 이는 미모를 버린 전교 1등 은진(설리)뿐이다. 멋져 보이려고 사 입은 패딩은 짝퉁인, 우기명은 패션 테러리스트이다. 좌절한 기명 앞에 나타나 한 줄기의 빛이 되어주는 이가 있으니, 그는 전설의 패션왕 남정(김성오)이다. 기명은 남정을 만나며 간지에 눈뜬다. 그리고 기안고 최고 여신인 혜진(박세영)에게 주목받게 된다. 영화는 허세 가득한 유머와 비범함으로 똘똘 뭉쳐 있다. 절대 간지를 외치지만, 어딘지 바보스러운 패션론을 내세우는 독특한 개성적 인물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다. 과장된 만화적인 표현을 보며 키득거리는 재미가 풍부하다.
'현기증'
연기파 중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족 멜로드라마. 순임(김영애)은 큰 딸 영희(도지원)와 사위 상호(송일국), 그리고 고등학생인 작은딸 꽃잎(김소은)과 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희가 아기를 낳자 가족 모두는 행복감에 젖는다. 하지만 순임의 치명적인 실수로 아기가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심한 죄책감과 공포감에 순임은 죄에 대해 침묵하고 가족들은 그런 엄마에 분노한다. 순임은 점점 감정조절이 어려워지고 가족 모두는 각자 직면한 자신의 고통 때문에 서로 배려할 수가 없다. 영화는 가족임에도 서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다루며, 현대 가족제도가 주는 무거움에 대해 발언한다. 노년층의 가장 큰 문제인 치매와 십 대의 가장 큰 문제인 왕따를 가져오고, 외도, 폭력, 죽음 등의 문제들을 가족 위로 겹쳐 놓는다. 가족 구성원은 용서를 위해 피눈물을 흘리고,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애타게 노력한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 조이는 잔인한 상황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무거운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만년 꼴찌였던 '인천유나이티드FC'의 이야기를 담은 감동적인 축구 다큐멘터리 '비상'(2006)을 만든 임유철 감독이 이번에는 초등학생 축구단에 카메라를 고정했다. 다큐멘터리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가난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꼬맹이들이 뭉쳐서 우여곡절 끝에 '희망FC'가 결성된다. 가난해도 축구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호랑이 선생님 박철우 감독이 이들의 1호 감독이 된다. 감독의 엄한 교육 방식에 아이들이 점점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자, 특단의 조치로 2호 감독으로 김태근 감독이 취임한다. 그는 성공보다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희망FC는 경남 도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다. 영화는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를 펼쳐보이며, 가난 때문에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높이 높이 비상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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