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체육계의 동상이몽

제95회 전국체전이 끝났다. 대구는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13위, 경북은 4위로 마감했다. 이번 체전은 제주에서 한 탓도 있겠지만, 언론 보도나 TV중계 등을 생각하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물론 각 시도 체육회나 선수단, 그와 관계한 가족 등에게 전국체전은 늘 연중 최대 행사이다. 그러나 대회가 끝날 때마다 전년도와 순위를 비교해 성적 부진 책임이나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국민이나 자치단체의 관심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대한체육회가 총괄하는 전국체전은 우리나라를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처럼 정부 주도로 대회를 키웠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에는 대통령이 폐막식에 참석하면 순위를 물을까 봐 상위권을 다툰 서울시장과 경기'경북 도지사 외에는 대통령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였다.

전국체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준 지는 꽤 오래다. 놀거리나 관심거리가 다양해졌고, 국내 프로 경기의 활성화는 물론, 세계 최정상의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리그, 골프와 같은 중요 경기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현재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생활체육의 보편화와 관련 단체의 위상 강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국민생활체육회에 등록한 클럽은 8만 6천여 개, 회원 수는 385만여 명이다. 그러나 이는 등록한 것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배드민턴은 동호인 수가 100만 명을 넘고, 야구도 전국에 2만 개의 팀과 3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이 생활체육회를 기웃거렸다(엄밀하게 보자면 생활체육회 쪽에서 정치인 영입에 나선 것이고, 사정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민생활체육회에는 회장을 포함한 11명의 회장단에 현역 국회의원이 3명이나 된다. 물론, 이들은 개정된 국회의원 겸직금지 조항에 따라 3명 모두 최근 겸직 불가 판정을 받았다.

반면 엘리트 체육의 위상은 점점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대한체육회는 전국체전 개최 종목 축소를 논의 중이다.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2017년 98회 대회부터 현재 45개 내외의 개최 종목 수를 10개 이상 줄일 계획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 포함된 26~28개를 기본 종목으로 하고, 대한체육회와 개최시도의 추천 종목을 각각 2~4개씩 넣어 30~36개로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효율성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현재 대한체육회 정가맹 경기단체는 동계종목 7개를 제외하면 49개이며 준가맹단체와 인정가맹단체까지 포함하면 70개에 이른다. 체전 종목을 줄이면 결국, 이들 단체의 반 가까이는 입지가 좁아진다. 실업팀은 말할 것도 없고 초중고, 대학팀까지도 존립 여부가 위태하다.

또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올해 초 양해각서를 체결한 2017년 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2009년 대한체육회와 통합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처리 문제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현 상태 통합, 생활체육회는 KOC를 분리해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업무를 맡고, 남은 종목 부분 통합을 주장한다. 모두 명분은 있지만, 실제 내용은 통합에서 대한체육회 주도냐 생활체육회 주도냐를 두고 동상이몽의 다툼을 하는 셈이다.

생활체육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나, 비슷한 기구의 통합은 국가 정책의 일관성과 예산 절감 차원에서 당연하다. 일부 종목이긴 하지만 중소도시 체육회에서 나타나는 양 단체의 통합 운영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통합 때 무게 중심을 어느 쪽에 조금 더 두느냐는 것이 문제겠지만, 이는 양 회(會)의 이해관계일 뿐이다.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쪽으로 흡수되는 실제적인 체육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기득권을 누리려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다. 각계각층이 제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에서도 똑 부러지는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현실에 맞는 조정과 타협을 통해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절대명제는 국민이나 그 구성원의 이익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진 집단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체육계 스스로 자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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