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경상북도의회가 구성된 이후 지난 8월 12일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처음 개최됐다. 필자는 그곳에서 의장협의회 내에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운영이 필요하다고 최우선 안건으로 제안했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어야 할 지방자치법이 엉뚱하게도 중앙집권적 사고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운영체제를 본질로 하다 보니 오히려 지방자치를 구속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을 또 개정하자는 건의, 그것도 일부 개정이 아니라 전면 개정하자는 제안이었음에도 전국 16개 시도의회 의장들은 그 자리에서 두말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그만큼 지방자치법 개정이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정말 심각하고 절실한 사안임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이 중앙에 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중앙 편향의 사고와 인식으로 뭉친 그들에게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자는 이야기는 또 하나의 진부하고도 상투적인 이야기쯤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탓이다. 심지어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식의 피로감을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이른바 '지방자치법 개정 피로증후군'에 빠진 자들이다. 자치입법권 확대, 지방재정 확충, 의회 인사권 독립 등은 늘상 반복되는 레퍼토리쯤으로 보고 더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증후군에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이들의 배경에는 시대착오적 지방자치법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지방자치를 무엇 때문에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우리들에게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방자치법을 근간으로 하는 지방자치는 그 태생도 그러하였지만 엄밀히 말해서 지방에 사는 주민들과 지역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지방자치법의 최대 수혜자는 지방이 아니라 중앙정부다. 지방자치법을 통해 오히려 중앙의 이익을 더욱 늘리고 전국을 획일적으로 관리통제하는 데 악용해왔던 것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지방자치를 중앙정당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제도 개혁을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중앙정부는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였고 국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에 한 번도 제대로 나섰던 적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중앙의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도 이에 편승하여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피고 지방자치의 성공을 응원하기보다는 가혹하리만큼 비판과 감시의 대상으로만 일관해왔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스스로도 그동안 심각한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지방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거나 보호하지 못하고 왕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데렐라처럼 중앙정부가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보다는 중앙의 장관과 국회의원을 더 신뢰하는가하면 중앙의 편향된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여겨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근저에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인 문제점과 역사적인 과정이 점철되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방자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다 보니 지방선거가 있어도 투표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분권과 지방자치 발전은 강 건너 남의 일이 될 수밖에 없고 지방자치 대신에 중앙의 간섭과 통제가 도를 넘어도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온전한 지방자치의 실시를 미룰 수 없다. 중앙집권적 행정국가의 폐해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시대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지방자치법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 중차대한 일을 경북도의회가 먼저 시작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법 개정 운동과는 다른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성공적인 지방자치법 개정은 물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며 동의와 협력을 구하여 나갈 것이다.
장대진/경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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