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人터View]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

"빅데이터·SNS·공동체 연결, 소통 통해 사회 변화 이끌죠"

프로필 1988년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199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프힐) 도시계획 석사학위 2001년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 도시계획 및 공공정책과 박사 2012~2014년 테네시 메헤리의과대 연구교수, 환경보건센터 공동센터장 미국 VERTICES 주민참여형 지리정보서비스회사 대표 2013~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
프로필 1988년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199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프힐) 도시계획 석사학위 2001년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 도시계획 및 공공정책과 박사 2012~2014년 테네시 메헤리의과대 연구교수, 환경보건센터 공동센터장 미국 VERTICES 주민참여형 지리정보서비스회사 대표 2013~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

참여와 소통을 통한 지역사회의 발전은 이 시대의 화두다. 지역사회의 변화에 동참하려는 주민들의 열망이 스마트 기기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 빅데이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마트 기기가 결합된 커뮤니티 매핑은 사람과 사람,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커뮤니티 매핑은 시민들이 사회 문화나 지역의 이슈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서 수집하고 이를 지도로 만들어 공유하고 이용하는 과정이다. 지도 만들기를 통해 주민 스스로가 지역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된다.

재미학자인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은 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에 커뮤니티 매핑을 처음 소개했으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대구에도 커뮤니티매핑센터가 문을 열고 중구청과 다양한 매핑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일 동대구역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달 25일 입국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으로 떠나는 길이었다. 그가 내민 태블릿PC 안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빼곡히 스케줄이 차 있었다. 그래도 그는 "이번 방문에는 좀 스케줄이 적은 편"이라며 웃었다. 그는 "커뮤니티 매핑은 한마디로 '소통'"이라고 정리했다.

-커뮤니티 매핑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주민참여형 지도 만들기'(Public Participatory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로 시작을 했습니다.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서 소외된 계층이 도시 계획이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지도 만들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봤어요. 지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관해 배우고 자연스럽게 참여와 소통을 하면서 "내가 하는 참여로 인해서 내 지역이 좋게 변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는 거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글을 쓰면서 개념을 정립하게 된 겁니다.

-커뮤니티 매핑의 목표는 뭡니까?

▶지도를 만들면서 지역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발전, 지역을 알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커뮤니티 매핑의 목표입니다. 장애인들의 경우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게 곳곳에 고장 난 경우가 많대요. 누군가 고장 난 엘리베이터의 사진을 찍고 지도에 올리는 데 10초면 충분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보고 이 역을 피하는 장애인들은 1시간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열 명, 스무 명의 10초가 몇백, 몇천 배의 효과를 내는 거죠.

-커뮤니티 매핑의 장점은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커뮤니티 매핑은 빅데이터와 SNS, 지역 커뮤니티가 결합한 겁니다. 정부에서 수많은 조사 자료를 갖고 있지만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잖아요. 커뮤니티가 관련되면 자세하게 시간대별로 조사를 할 수 있어요. 가령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미국 뉴저지가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주유소 중 80%가 정전으로 문을 닫았는데요. 사람들은 어느 주유소가 문을 닫았는지, 줄이 얼마나 길게 서 있는지 같은 정보가 필요한데, 그런 정보는 기존에 모으지 않은 정보잖아요.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매핑으로는 정보 수집이 가능한 거죠. 가령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팽목항으로 갔는데요. 어디에 묵어야 할지를 몰랐대요. 이런 정보를 커뮤니티 매핑으로 제공할 수 있는 거죠.

-한국에서 커뮤니티 매핑의 개념은 아직 생소한데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뭔가요?

▶커뮤니티 매핑을 강의하면 보통 무릎을 탁 칩니다. 그러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요. 요즘 금연 구역이 많으니까 흡연장소를 매핑해서 올리자는 의견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요즘 커뮤니티 매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서 지도에 올리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커뮤니티 매핑은 지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변하고 교육을 받고 참여자들로 인해 지역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잘못하면 의미 자체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에 대한 접근도 빠르고 집중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헌신적으로 하는 사람은 미국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커뮤니티 매핑이 갖는 한계는 뭔가요?

▶주민들이 직접 데이터를 만들다 보니 잘못된 데이터가 지도에 올라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커뮤니티 매핑을 주관하는 사람이 커뮤니티 멤버를 인증해도 되고 긴급센터를 열어도 됩니다. 또 연구 주제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오류를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노인들이 커뮤니티 매핑 자원 조사를 할 때 젊은이들과 함께 움직이도록 하면 됩니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직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는 없고 커뮤니티 매핑 센터에 연락을 해서 플랫폼을 제공받아야 하는데요. 일반인들도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한국사회는 소규모 집단 간의 갈등이 굉장히 다양한데, 협업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한국은 소득 격차가 심하고 계층 간 갈등이 깊어서 협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가령 학생 등굣길의 안전도를 매핑화하면 범죄율이 높게 나타난 지역은 반발하겠죠. 정부가 추진 중인 생활안전지도의 경우 경찰이 다양한 범죄나 사고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집값을 걱정하는 주민 반발 때문에 공개를 못 한다는 겁니다. 정보를 공개해서 지역사회가 더 좋아진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와야겠죠.

-현재 대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현재 중구청과 3가지 주제로 커뮤니티 매핑을 진행 중입니다. 중구의 박물관과 기념관, 근대문화유산을 매핑하는 건데요. 도심에 60~70군데 있는데 조사가 제대로 안 돼 있어요.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짝을 이뤄 매핑을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노인들이 놀 만한 장소와 도시철도를 타고 놀러갈 수 있는 곳도 매핑을 준비 중입니다. 중구청은 관광 활성화를 원하고 우리는 노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길 원하는 겁니다. 또 대구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맛집을 매핑화해도 좋겠죠. 저는 대구음식이 입에 잘 맞더라고요.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돈 걱정 없이 커뮤니티 매핑을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비영리법인을 시작했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더군요. 아직 자원이 한계가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많은데 다 도움을 못 주고 있어요. 커뮤니티 매핑을 하면서 참 행복하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중독이 됐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책도 출판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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