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시장·군수들 '디폴트 선언' 왜 했나?

"무상 복지하려다 재정 파탄날 지경 지역 SOC 사업은 수년째 손 못대"

6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6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민선6기 1차년도 전국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주 선언문'을 채택했다. '지방을 바꾸어 나라를 바꾸자!'란 주제로 전국의 시장과 군수, 구청장 180여 명이 참여해 민선 자치 20년이 지났음에도 답보상태에 있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민선 6기 출범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인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이 '복지 디폴트'를 언급했다. 복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들은 6일 경주에서 발표한 '경주선언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기초단체장들이 한데 모여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언문에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국가 재정 부담을 지방에 전가해 지방재정의 파산을 초래 ▷2013년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자체 보육비 부담 3조6천억원, 2014년 전년보다 1조4천억원 추가 부담 ▷기초연금 시행으로 올해 7천억원, 2015년 1조5천억원 추가 부담 ▷서울의 자치구를 시작으로 많은 자치단체에서 복지 디폴트 현실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시'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3년간 경북 시군의 보육비 및 기초연금 증가액만 봐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늘었다. 문제는 전체 예산 증가 폭보다 복지예산 증가 폭이 훨씬 크고, 지자체별로 체감 부담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령 총예산 6천억원 안팎인 김천의 경우, 보육비가 2012년 184억원(총예산 중 3.3%)에서 올해 290억원(4.6%)으로 늘었다. 그런데 총예산 규모가 비슷한 경산(올해 5천824억원)의 경우, 보육비가 2012년 472억원(9.2%)에서 올해 590억원(10.1%)으로 급증했다. 총예산 중에 사회복지예산 전체 비율도 아니고 보육비 비율만 10%를 넘어서는 것이다.

내년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치러야 하는 문경시는 답답해 속이 터질 지경이다. 국방부 세계군인체육대회조직위원회에 줘야 할 분담비만 무려 100억원대를 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복지예산 부담은 커져만 간다. 2012년 전체 예산 중 16.5%(650억원)이던 사회복지예산은 올해 19%(817억원)로 늘어났다. 문경시 관계자는 "세계군인체육대회 분담금 마련도 빠듯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보육비와 기초연금을 충당하기는 사실상 버거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안동시의 경우, 기초연금이 지난해 265억원에서 올해 425억원으로 늘었다. 무상보육을 포함한 보육비 총예산도 284억원에서 307억원으로 증액됐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 7월부터 지급한 기초연금이 연중 시행되기 때문에 올해보다 최소 1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안동의 올해 사회복지예산은 무려 1천200억원 규모로 전체 예산의 26%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새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안동시 정길태 예산담당은 "사회복지 예산 증가 때문에 순수 시비로 충당해야 할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린다. 정말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시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하다. 상주시는 다음 세대가 먹고살 거리를 만들어보겠다며 '낙동강 자전거 이야기촌'(예산 695억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823억원(전체 예산 중 15.8%)이던 복지예산이 올해 1천58억원(24%)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얼마나 더 편성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데다 재정자립도가 7.2%도 채 안 되는 의성군은 기초연금 예산 부담에 짓눌릴 지경이다. 담당자는 "더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반응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정부가 2015년부터 지방교부세를 줄인다고 했다. 나갈 돈은 뻔한데 교부세가 줄면 살림이 안 된다. 교부세를 늘려도 복지사업을 계속할지 걱정스러운데 도대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구미시의회 한 의원은 "지역 SOC사업이 5, 6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지속하려면 정부가 복지 예산을 책임져야 하고, 아니면 선택적 복지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해야 지방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구미의 전체 예산 7천745억원 중 복지예산만 2천400억원으로 무려 31%를 차지한다. 내년엔 복지예산이 2천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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