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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업교육의 새 틀이 될 '도제식 직업학교' 기대 크다

고교 단계부터 학생들이 기업에서 직접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는 '도제식 직업학교'가 내년에 시범 도입된다. 새 직업교육과 취업 모델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 정부는 대구공고'경북자동차고 등 전국 9개 고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국비를 적극 지원한다. 이 시범 사업은 현행 직업교육의 틀을 혁신하고 우리 사회의 그릇된 직업의식을 개선할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도제식 직업학교는 직업교육의 혁신과 청년 실업난 해소가 목표다. 직업교육이 뿌리부터 달라지지 않고서는 고학력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정부 때 고졸 채용 확대책을 추진했지만 직업교육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고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자리여서 몇 년 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직업교육의 모델로 개발하는 도제식 시범학교는 학교 교과과정에서 이론과 기초학습을, 학생이 직접 선택한 기업 현장에서는 2년간 근로자와 똑같이 보수를 받으며 실습과 기술교육을 통해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대구공고는 현재 화신테크, 영진하이테크 등 18개 기업과 양해각서를, 경북자동차고는 23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주지하듯 고학력자의 취업난 등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좀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졸 백수'가 넘치는 현 상황을 무턱대고 어려운 경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설득력이 낮다. 과도한 대학 진학열과 어렵고 힘든 일을 꺼리는 세태, 직업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의식 등이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시범학교 사업을 계기로 제대로 된 직업교육의 틀을 마련하고 이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바른 직업관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위스, 일본 등 경제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체계적인 직업교육과 숙련 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는 청년 실업문제는 물론 사회 안정에도 필수 요건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체계적이고 알찬 직업교육이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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