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인과 재정 파탄

경제학은 통시적(通時的)으로는 케인스 이전과 이후로, 공시적(共時的)으로는 '케인스적(的)'과 '비케인스적(的)'으로 나뉜다. 그 기준은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인정 여부이다. 케인스 이전과 '비케인스적' 경제이론은 경제에 대한 인위적 개입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쁘다고 말한다. 경제 위기가 고통스러워도 참고 견디면 '장기적으로'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메커니즘에 따라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가기 때문이란 것이다.

문제는 참고 견디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점이다. 케인스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점이었다. 경제 위기가 스스로 치유되는 먼 미래를 기다리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대안이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단기적 적자지출이었다. 이에 대해 그의 반대자들은 그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그런 단기적 대안을 선호한다고 비판했다.(동성애자는 후손이 없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이런 공격에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받아쳤다. 시장균형이 이뤄진다 해도 그전에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유의할 것은 이 말이 계속해서 적자 지출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말에 담긴 가정은 경기가 나쁠 때는 적자를 내서라도 지출을 늘리되 경기가 회복되면 지출을 줄이거나 지출한 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대부분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정치인의 목표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자면 유권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보통 미래의 더 큰 이익보다 지금의 작은 이익을 더 선호한다. 행동경제학이 발견한 '시간 선호'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유권자 집단도 똑같다. 그래서 미래에 나라 살림이 거덜나든 말든 당장 '퍼주겠다'고 하는 정치인은 유권자의 인기를 얻는다. 현대 복지국가가 재정 파탄으로 치닫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현행 세금 구조와 복지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가 채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0%에서 2060년에는 168.9%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과 같은 복지 지출 구조로는 재정 파탄은 예정돼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치인이 이런 경고를 얼마나 귀담아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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