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편은 구출-아내는 응급처치 '부창부수'

박정하-우영인 소방교 부부

영화 '반창꼬'는 사고 현장에서 다른 이들의 생명은 구하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못하는 소방 구조대원과 의용 구급대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대구에도 '반창꼬'와 꼭 닮은 사연을 가진 소방관 부부가 있다. 박정하(41)'우영인(33) 소방교다.

대학에서 간호보건학을 전공한 우 소방교는 2005년 7월 대구 소방공무원 구조'구급 특채에 합격해 동부소방서 신천119안전센터로 발령받았다. 이곳에서 박 소방교를 처음 만났다. 우 소방교는 "당시 동부소방서 구조대 소속이었던 남편이 출동을 나가기 전 차 열쇠를 가지러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고 회상했다.

소속이 달랐던 둘은 2005년 11월 함께 신임 소방관 교육을 받게 됐다. 1주일의 교육 기간 동안 함께 교육받고, 얼차려도 받으며 정이 들었다. 교육을 모두 마친 날 저녁, 우 소방교가 박 소방교에게 문자 메시지로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며 둘은 교제를 시작했다.

그해 2005년 12월 둘은 구조대원과 구급대원으로서 같은 현장에 출동하게 됐다. 도착한 곳은 동구의 한 주택 2층. 돈 때문에 벌어진 부부싸움이 칼부림으로 번진 상황이었다. 박 소방교는 대치 상황에 뛰어들어 칼을 든 여성을 저지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우 소방교가 칼을 든 여성의 응급처치를 맡았다. 치료 중에도 여성이 칼을 쥔 손의 힘을 빼지 않아 위험했지만 우 소방교는 침착하게 그를 설득했고 결국은 칼을 놓게 만들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박 소방교는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확신했다.

2006년 12월 둘은 결혼식을 올렸고, 함께 살게 된 대신 근무지는 달라졌다. 부부가 같은 곳에서 근무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 소방교는 수성소방서 수성119안전센터, 우 소방교는 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안전을 기원한다. 박 소방교는 "출동 때 교통사고로 구급대원이 다치는 경우가 많고, 취객에게 폭행당하기도 해 걱정되지만 동료 대원들이 아내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50세까지 현장에서 뛰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박 소방교는 위험한 곳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게 보람이고, 우 소방교는 자신이 해준 응급처치로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을 때 뿌듯하다.

이들은 "몸이 힘들어도 출근하기 싫었던 적이 없다.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해도 소방관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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