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포항을 방문하려던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갑작스레 구미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교육감 주최로 포항에서 열려던 경북교육발전협의회 장소를 부랴부랴 바꾼 것이다.
회의 참석차 포항으로 달려오던 대학교수'변호사'교육원로'학부모 등 각계 전문가 22명도 황급히 구미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여러 다른 변명도 있겠지만 예고되지 않은 일정 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포항 양덕초등학교(포항시 북구 양덕동) 문제 때문이다.
완공한 지 불과 4년 만에 강당동이 14㎝나 내려앉았고, 본관과 강당동 연결통로가 뒤틀려 안전진단에서 '(연결통로) 즉시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이 내려지자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교육청은 보강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건물 사용을 중지하고 전면 재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포항에 찾아오는 교육감에게 행동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각오였다. 바로 계란 투척을 준비한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 개교한 양덕초는 경북도교육청 조사 결과 4년 새 강당동이 14㎝나 내려앉고 연결통로가 뒤틀리는 등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됐다. 교육청은 연결통로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공사 실행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 번 돌아선 학부모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양덕초교 학부모 안전 과밀화 대책위원회'(이하 양덕초대책위) 40여 명은 5일 오후 1시쯤 포항시교육지원청 앞에서 '양덕초교 안전진단 재실시와 학교 건물 전면 재시공'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덕초대책위 측은 "지질과 지반 등 충분한 안전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그저 보강공사 계획만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며 "건물이 내려앉은 것은 기초공사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학교 건물 기반을 다시 짓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교육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일정을 바꿨다는 소식을 들은 양덕초대책위는 교육감 얼굴 사진을 걸어놓고 준비한 계란을 던지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아울러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양덕초교 건물에 대한 사용중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적절한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시 학생들을 한꺼번에 전학시키겠다는 단체전학동의서도 첨부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포항교육지원청의 사정으로 장소를 구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덕초교는 지난 9월 정밀안전진단에서 급식실 등이 있는 강당동은 '보수공사가 시급한' D등급, 본관과 강당동을 잇는 연결통로는 '즉시 철거 후 재시공'을 해야 하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교육청은 현재 연결통로 사용을 금지하고 양덕초교를 시공한 업체 측에 강당동의 보강공사를 요청한 상태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양덕초교 아래 지반에서 물과 공기 등이 많아 침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이제 물 등이 대부분 빠져나가 침하가 줄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명확하게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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