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어릴 때 봤던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생활용품에 지갑을 열고 싶은 욕구가 생긴 적은 없었는지, 혹은 내가 어릴 때보다 더 질 좋게 나온 장난감 때문에 부모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을 질투해 본 적은 없었는지 말이다. 장년층 이상 세대들이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의 추억을 곱씹듯, 지금의 20~40대는 어린 시절 봤던 만화영화와 게임 속 캐릭터를 만났을 때 동심을 떠올린다. 특히 올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이 여러 가지 상품으로 등장했고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2040세대들을 겨냥한 캐릭터 상품들도 많이 출시됐다.
키덜트 바람의 첫 포문을 연 것은 '겨울왕국'이다.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겨울왕국'은 한국에서 한동안 침체를 겪던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를 다시 주목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겨울왕국' 흥행의 중심에는 어린 시절 디즈니 만화영화를 봤던 20대 후반의 여성들이 있었다. 이들이 우연히 '겨울왕국'을 접하고 "놓치면 후회한다"는 식으로 SNS에 감상평을 마구 올리기 시작한 것이 흥행의 도화선이 됐다.
올해 5월 30일과 6월 16일에 있었던 '맥도날드 마리오 대란'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모두 어린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현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맥도날드는 어린이 세트 메뉴인 '해피밀'에 사은품으로 장난감을 증정한다. 당시 해피밀의 증정 장난감은 슈퍼마리오 캐릭터였는데 이를 보고 열광한 사람들은 어린이들이 아닌 '겜보이'와 같은 가정용 게임기로 슈퍼마리오 게임을 즐겼던 30대들이었다. 전국 맥도날드 매장의 해피밀 장난감은 순식간에 동이 났으며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맥도날드 매장을 순례하는 낭인(?)들도 생겨났다.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구한 사람들은 SNS에 인증 샷을 올려 자랑하기에 바빴다.
하반기에는 '러버덕'이 어른들의 숨어 있는 동심을 자극했다. 네덜란드의 공공미술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고안한 '러버덕'은 2007년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지난달 14일 서울 석촌호수에 '내려앉았다'. 석촌호수에 설치된 러버덕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SNS에 러버덕의 모습을 시시각각 중계하고 사진에 설명을 달아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올해 키덜트 문화가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데는 '팍팍한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손영화 교수(계명대 심리학과)는 "자신들이 걱정 없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키덜트문화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20~40대들이 취업과 사회생활의 불안함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키덜트 문화에 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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