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전국 최대의 맹꽁이 서식처가 있다. 달서구에 있는 약 28만㎡ 규모 대명유수지다.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수십만 마리가 성서공단 바로 옆 저수지에 살고 있다.
대명유수지는 성서공단이 세워질 당시 공업용수 처리와 금호강 홍수 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못이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간 거의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자연습지화 되었고, 인근 달성습지에 숨어 살던 맹꽁이들이 건너와 대가족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맹꽁이들은 6월 말 장마 때 대여정을 시작한다. 짝짓기 및 산란을 위해서다. 맹꽁이 한 마리는 한 번에 2천여 개의 알을 낳는다. 알들은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부화한다. 천적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다. 부화한 알들이 성체가 되기까지 생존율은 0.3%도 되지 않는다.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도 맹꽁이의 삶을 위협한다. 맹꽁이의 주서식지는 넓은 초지라서 늘 개발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맹꽁이들이 대명유수지에 겨우 자리를 잡았지만, 언제라도 내쫓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 제4차 외곽순환도로가 올해 말 대명유수지에 들어선다. 대구시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3번에 걸친 수정 끝에 도로가 대명유수지를 관통하는 일은 막아냈다. 하지만 대명유수지 일부의 훼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맹꽁이는 자연의 생태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환경지표종이다. 그래서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대명유수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달성습지와 더불어 시민들의 훌륭한 자연학습장으로, 생태도시 대구를 국내외에 알리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제작진은 맹꽁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진귀한 모습도 다큐멘터리에 담아냈다. 말매미떼의 우화와 가마우지떼의 비행 등을 고속카메라로, 좁쌀보다 작은 맹꽁이 알의 부화 과정은 내시경카메라로 촬영해 생생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지렁이의 분뇨탑 형성 과정, 달맞이꽃의 개화, 대모벌의 사냥은 제작진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담아낸 귀중한 영상이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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