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사자 어금니'라는 표현이 있다. 힘들여 하는 일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우익수, 박한이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박한이는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해마다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다. 올해 8월에는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의 대기록도 세웠다. 그래서 별명도 '소리 없는 강자'다.
하지만 박한이는 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연장전이 예상되던 9회 마지막 공격 2사 1루에서 한현희의 144㎞ 직구를 정확히 받아쳐 결승 투런 아치를 만들었다. 팀에 통합 4연승의 교두보를 확보해준 이 홈런으로 그는 경기의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타격 직후 홈런을 직감한 듯 천천히 걸어가면서 타구의 궤적을 지켜봤던 박한이는 경기 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가볍게 센터 방면으로 치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제 뒤에 채태인, 최형우가 있기 때문에 한현희가 저와 승부를 겨룰 것으로 예상하고 100% 직구가 올 것으로 봤다"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 홈런으로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타점 기록을 '27'로 늘렸다. 아울러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최다 안타(50), 최다 득점(34), 최다 루타(72) 기록도 모조리 갈아치웠다. 그는 "기록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팀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이는 이달 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 삼성 대표선수로 안지만과 함께 참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이 자리에서 "주장도 아닌데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한국시리즈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별다른 출사표는 없다"는 한마디로 챔피언의 여유를 과시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시리즈에 어느 팀이 올라오길 바랐느냐"는 질문에도 "넥센이 되기를 기대했다. 플레이에 자신 있다"며 "넥센의 에이스, 밴헤켄은 포크볼이 주 무기라 잘 골라내면 승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가 자신의 말대로 5차전에서 밴헤켄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 2연패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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