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이 대구시와 동구청이 요청한 안심연료단지(이하 연료단지) 인근 주민건강관리사업 참여를 거부하면서 진폐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의 진료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 시와 동구청이 확진과 재검진 등을 위해 올해 확보한 국비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호흡기 전문질환센터를 세운 영남대의료원이 환경공해로 고통받는 지역민을 외면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여력 부족해 참여 불가 '
대구시와 동구청은 환경부 주민건강영향평가로 올해 7월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드러난 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의 사후 건강관리를 영남대의료원에 맡길 참이었다. 영남대의료원에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대경권 호흡기 전문질환센터가 있는 등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와 구청은 9월 26일 건강 지원 범위와 대상을 알리기 위한 설명회를 열고, 어느 곳을 지정병원으로 정할지 주민에게 물었다. 그 결과 상당수 주민이 영남대의료원을 선호했고, 구청은 지난달 1일 영남대의료원에 "환경성 질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 건강영향조사 불참자에 대한 검진 등 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영남대의료원은 같은 달 17일 자로 이를 거부하는 회신을 동구청으로 보냈다. 의료원 측은 "호흡기 전문질환센터가 지난 4월 29일에 문을 열어 5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다 보니 아직은 미흡한 진료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각종 진료'연구'교육사업 등이 많아 다른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인증평가 등 대규모 사업 및 평가가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여서 모든 교직원의 역량이 이에 집중되고 있다"며 거부의 이유를 들었다.
영남대의료원의 예상치 못한 거부 의사에 대구시는 경제부시장을 내세워 영남대의료원장에게 주민건강관리사업을 맡아줄 것을 설득했지만 결정을 바꾸지 못했다. 동구청도 영남대의료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달 14일에나 만날 수 있다는 연락을 최근 받고는 면담을 포기했다. 하루가 급한 동구청으로선 거부 의사를 밝힌 영남대의료원 설득에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다른 의료기관을 상대로 사업 참여를 타진하는 게 낫다고 봤다.
◆국비 반납 위기, 주민들 반발
영남대의료원의 건강관리사업 참여 거부로 진폐증 환자(28명)와 만성폐쇄성폐질환자(201명)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은 이대로 겨울을 나야할지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대부분 70, 80대 고령층인데다 날씨가 추워지면 질환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진료와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사후 건강관리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2억2천만원) 중 국비(1억6천만원)를 연말까지 집행하지 못하면 이를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환경부 검사를 받지 않은 주민(2천여 명)과 과거 연료단지 인근 거주자에 대한 검진, 만성폐쇄성폐질환자의 확진 판정 등 앞으로 진행할 사업비용을 대구시와 동구청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공식 조사해 발표한 폐질환 주민들을 돌보는 건 공익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비를 지원받아 문을 연 호흡기 전문질환센터가 있어서 주민건강관리를 맡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외면당해 실망이 크다"고 했다.
영남대의료원 관계자는 "주민건강관리사업을 하게 되면 병원 외부에서 이동검진도 해야 하는데, 현재 호흡기 전문질환센터가 진행하는 사업이 많아 인력의 여유가 없다"며 "연료단지 문제는 산업공해의 측면이 있어서 산업의학과 협조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병원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참여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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