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제 노역' 바뀐 형법 깜박, 검찰총장이 뒤늦게 비상상고

대구지법 서부지원 판결 실수, 고철업자 유치기간 잘못 산정

하루 5억원짜리 '황제노역' 논란으로 형법을 개정했지만, 대구지역 판'검사가 이를 몰라 법을 어긴 판결이 확정돼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남근욱)는 지난 8월 245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철거래 업자 A(52)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4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일당을 800만원으로 환산해 300일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명백하게 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다. 이 사건은 5월 28일에 접수된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같은 달 14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을 적용해야 했다. 개정된 형법 제70조 제2항에 따르면 환형유치기간을 ▷벌금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벌금 24억원을 선고받은 A씨에게 최소 500일의 유치 기간을 판결해야 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법령이 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부가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담당 공판 검사도 착오를 일으켰다. 재판부의 잘못된 선고에 대해 공판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A씨는 항소했지만 뒤늦게 이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잘못된 법 적용으로 A씨는 최소 200일 정도의 노역을 덜하게 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공판 검사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27일 대검찰청에 비상상고를 건의했으며, 대검이 이를 받아들여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달 5일 대법원에 비상상고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법령이 변경됐을 경우 즉시 법관들에게 알리고 교육시켜서 이 같은 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비상상고=형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된 뒤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하였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불복신청을 하는 비상구제제도이다.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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