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안동 시내에 물건을 사러 갔다. 그런데 주인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은근히 부아가 나서 주인에게 물었다. "서서 팔면 안 되니껴?" 주인 왈. "앉으나 서나 물건값은 같니더."
안동지역 유력인사 A씨로부터 들은 경험담이다. "나도 안동 사람이고 누구보다 안동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고 자부하지만, 안동 사람들의 무뚝뚝함과 폐쇄적 기질은 고쳐야 합니다."
양반문화가 오롯이 이어져 온 곳이 바로 안동이다. 옛 양반들은 마당에 널어놓은 나락이 비에 떠내려가도 거둘 줄 몰랐다. 없으면 굶을지언정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했다. 지사와 투사를 많이 배출한 곳, 유교적 인문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도시 슬로건조차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정해놓은 곳이 바로 안동이다.
그러나 매사에는 양면성이 있고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으며, 밥은 굶어도 장'차관의 8촌이라는 사실이 자랑거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안동 사람들은 명분과 체면에 매달리고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배타성과 폐쇄성도 거론된다. 안동에서 평생을 살아도 안동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영원한 이방인이다. 반면, 어릴 때 안동을 떠나 인연 끊고 살다가 정치의 계절에 돌아와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철새'는 내지인 대접을 받는다. 타지 출신 기관장들이 안동에서 숙식하며 생활하는데도 지역사회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결같이 토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경북도청 이전이라는 초유의 전기를 맞아 시민 의식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안동에서 일고 있다. '도청맞이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 7일에는 대규모 시민결의대회도 열렸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권영세 안동시장은 시민 의식 개혁을 역점사업으로 펼치겠으며 이를 위해 교통질서, 불친절 등 사소한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데 공감대를 모아 가겠다고 했다.
안동의 면적은 서울의 2.5배로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넓다. 한때 25만 명이던 인구가 16만 명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경북도청 이전 효과로 인구 증가마저 기대할 상황이 됐다. 내년에 경북도청이 이전하면 더 많은 외지인들이 안동에 터전을 틀 것이다. 시민 의식 개혁 운동을 계기로 안동이 경북의 수도(首都)라는 프라이드에 걸맞게 '열린' 도시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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