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유·화학·해운·유통·가전 '맑음', 농축산물·게임·인터넷 '흐림'

10일 오후 경산시 중방동 최경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농민들이 쌀 등 일부 농산품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농업 부문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항의 표시로 벼 100포대를 야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0일 오후 경산시 중방동 최경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농민들이 쌀 등 일부 농산품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농업 부문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항의 표시로 벼 100포대를 야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한중 FTA 체결로 13억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실크로드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 협상으로 양국 간 교역이 확대되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북핵 등 국제관계에서 협력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 산업과 품목에 대한 개방으로 인한 경쟁 과열로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정유·화학 업종 최대 수혜 전망"

기업의 투자 형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현지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생산기지 이전으로 약화된 국내 제조기반이 확충될 전망이다. 현지에 공장을 지어 세금 인하 효과를 보려던 기업들이 국내로 U턴 할 경우 국내 제조업 기반은 다시 한번 부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의 수출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 정유, 화학, 해운 산업 등이 벌써부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 제품의 질이 낮은 정유·화학 분야는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의 상승으로 인해 수출 확대가 확실시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로 수입한 정유·화학 제품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협상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주로 정유·화학 분야가 꼽히고 있다.

해운업계는 협상 타결로 인해 물동량이 늘어나 이를 운반하는 중소형 선사를 중심으로 수혜를 예상하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이번 양허품목에서 제외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생활가전 업계도 희색이 돌고 있다. 줄어든 관세로 인해 자금이 축적되고 이를 현지 마케팅에 투자해 대중국 인지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 붐을 이끌고 있는 유아용품업계도 이번 협상으로 10~15%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유럽 등 해외브랜드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는 원가절감 및 시장 확대를 기대했다.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중국과 직거래를 통해 자체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내수와 중국 시장에 동시에 판매할 수 있어 하나의 상품으로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상품 다변화와 원가 절감이라는 수혜도 예상된다.

비자 간소화에 따른 중국 관광객 증가로 호텔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가격 경쟁력이 상승한 패션·뷰티 업계도 도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산업도 기회 요인이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K-팝 등 강력한 컨텐츠를 구축한 우리로서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생긴 셈이다. 중국이 외국에 문화 시장을 공식화한 것은 문화혁명 이후 처음이다.

◆"농축산물 및 게임·인터넷 분야 힘겨워질 듯"

중국의 저가 농축산 품목이 밀려들어 오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농산물개방 수준을 역대 FTA 최저 수준으로 '방어'했다고 하지만 한·중 농산물 거래량이 연간 35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상황을 고려할 때 농어민들이 입는 피해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전통 가공식품인 김치의 경우 기존 관세율 보다 20% 낮아지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대적인 저가 중국산 김치의 공세가 예상된다.

통신과 게임, 인터넷 산업도 중국으로 진출하기 보다 한국으로 넘어오는 기업들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인터넷 기업 텐센트 등이 각각 막강한 중간통로인 플랫폼을 무기로 간편 결제 등의 진출 범위를 넓힐 경우 국내 업체들은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해 진다.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게임 업체도 거대 중국 자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업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자산업도 이미 중국에 상당수 생산거점이 있고 무관세 제품인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제품이 무관세였던 반도체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문구업계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 일괄구매하는 학습준비물지원제도를 도입한 학교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것으로 전망돼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숙제도 남아 있다. 법규·제도 정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중국 때문에 협상이 미뤄진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마무리를 해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 협상이 최종 타결 된 뒤에도 서비스 분야는 앞으로 2년간 추가 협상이 예상된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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