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에 이룬 11대1 승리다. '1111'은 삼성이 1위를 4번 연속한, 잊지 못할 날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인(65) 사장이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축승회에서 밝힌 이날의 의미다. 여기에다 프로야구는 야수 9명에다 투수, 감독까지 11명이 힘을 합해 치르는 경기란 '사족'을 덧붙이면 더욱 그럴 듯하지 않을까. 통합 4연패를 일궈낸 근본적인 힘도 물론 이들에게서 나왔다.
◆불굴의 사자? 불혹의 사자?
삼성의 통합 4연패는 주연, 조연 없이 모든 선수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결과다. 일부 부진한 선수는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 몫을 대신 해낸 덕분에 승전가를 부를 수 있었다. 선임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삼성의 최선임은 진갑용(40)이다. 11일 경기까지 프로야구 최다인 통산 59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경기를 치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는 8타수 4안타의 기록도 뛰어났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명품' 볼 배합으로 투수들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내년에도 반드시 현역으로 뛰겠다"는 그는 최고령 한국시리즈 안타 기록(6차전'40세 6개월 4일)도 세웠다.
마무리로 6차전을 매조지 한 임창용은 경기 후 '마지막 공은 어떤 구질이었나'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직구였다"고 답했다. 만 38세의 노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구위에 자신 있다는 어투였다. 그는 이번 시리즈 3경기에 등판, 1세이브(4차전)를 따냈다. 한국시리즈 세이브는 해태 소속이던 1997년 이후 17년 만이다.
'소리 없는 강자' 박한이(35)의 역할도 컸다. 3차전에서 9회초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던 그는 타율은 0.136에 그쳤으나 여러 차례 환상적인 수비로 팀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는 2001년 입단 이후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 '삼성 왕조의 개국공신'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타자' 이승엽(38)과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4)는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2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타율이 1할에 못 미칠 정도로 부진했으나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몸에 맞는 공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투지를 불태웠다. 배영수 역시 2경기 평균자책점이 7.36으로 위력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불펜 백의종군'으로 묵묵히 팀 승리를 도왔다.
이들 '5총사'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던 2002년 멤버였다. 진갑용과 박한이는 총 10차례 한국시리즈를 치러 현역 최다인 7개의 우승 반지를 소유하게 됐다.
◆가능성 확인한 삼성의 '미래'
삼성의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낯선' 선수 5명이 포함됐다. 투수 백정현(27)'김현우(26), 타자 김헌곤(26)'이흥련(25)'박해민(24)이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 밟은 '꿈의 무대'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오키나와 커쇼' 백정현과 '2군 오승환' 김현우는 이번 시리즈 4차전에 나란히 등판했다. 비록 팀이 3대9로 패하면서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삼성의 '미래'로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5회 2사 2루에서 등판한 백정현은 아웃카운트 4개를 퍼펙트로 막았고, 김현우는 7회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유한준에게 솔로홈런을 뺏기기는 했지만 박병호'강정호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신인 타자 3인방도 선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정규시즌 신인왕 후보인 박해민은 2차전에서 입은 손가락 인대 부상에도 3차전 8회 대주자로 나와 천금 같은 동점 득점을 올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9회에는 중견수로 나서 유한준의 안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박해민 대신 3'4'6차전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김헌곤 역시 안정된 수비 실력과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팀 우승에 이바지했다. 이달 말쯤 입대할 예정인 김헌곤은 우승의 마지막 고비였던 5차전의 9회말 끝내기 득점의 주인공이 돼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백업 포수, 이흥련 역시 2경기에서 단 1차례 타석에 들어설 정도로 출장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기대주다운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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