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포럼 물리적으로 무산시키는 게 타당한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이 공무원 노조의 반발로 잇따라 무산됐다. 이번으로 벌써 4번째다. 어제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안전행정부 주최 공무원연금 개혁 영남권 국민포럼 행사장 앞에서는 구호와 욕설이 난무하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대구'경북과 울산에서 몰려온 공무원 노조단체 회원 수백 명이 '공직사회 사기저하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한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토론자 등 포럼 참석자들의 입장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지난 6일 광주시청에서 열려고 했던 연금 개혁 포럼도 공무원 노조원 수백 명이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부산과 춘천의 포럼도 마찬가지였다.

정종섭 안행부 장관은 대구 포럼 출발 직전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포럼은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공간으로 기존의 공청회와는 다른 것"이라며 "노조 측에도 토론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공무원 노조도 대구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악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정부 불신임 선언은 물론 총파업을 결의해 국민과 함께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무원이 파업 결의 운운하는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또 어느 국민이 공무원 노조에 동조해 거리로 나설지도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세월호 침몰 참사로 백일하에 드러난 관료사회의 부정'부패와 관피아의 악습이 비판적 여론의 표적이 되었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인 공무원연금 때문에 국고를 탕진하며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런데 연금 개혁 방안과 함께 공무원의 사기 진작책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행사 자체를 육탄저지하고 포럼 자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되는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 살리기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을 거론했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너무 절박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공무원들에게 협조를 호소하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반발할 명분이 있는가. 설령 반대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폭력적 방식은 공무원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국가와 국민이 건재해야 공무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 나라는 공무원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지방순회 국민포럼을 물리력 행사로 무산시키지 말라. 말없이 공무원 집단이기주의를 지켜보는 국민을 무섭게 여겨야 한다. 국민들은 토론회조차 폭력으로 계속 무산시킬 경우 외국처럼 국민연금과 통합해서 공무원연금을 별도 가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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