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연료단지 건강관리 영남대의료원 발 빼자 '겨울나기 초비상'

주민들 추워져 콜록콜록 "숨 넘어갈 판"

11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모(왼쪽) 할머니는 각종 약봉지를 꺼내 놓은 채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서광호 기자
11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모(왼쪽) 할머니는 각종 약봉지를 꺼내 놓은 채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서광호 기자

영남대학교의료원이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건강관리사업 참여를 거부(본지 10일 자 1면 보도)하면서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들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날이 추워지면서 마른기침이 잦아지고 숨이 가빠 움직이기가 힘들어지는 등 나빠진 건강 탓에 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안심 출신 주민의 숨 가쁜 호소

11일 오후 2시쯤 경북 경산시 진량읍 부기리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모(76) 할머니는 2012년 6월 연료단지 인근 주민 중 처음으로 병원에서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25년 동안 연료단지에서 남동쪽으로 700여m 떨어진 서호동에서 살다 1997년에 경산 하양으로 이사했다.

이날 박 할머니는 가슴에 손을 대고 쇳소리를 내며 힘들게 숨을 쉬었다. 그는 수북한 약봉지를 꺼내 보였고, 그 중엔 독한 진통제도 있었다. 약 복용 탓에 얼굴은 부어 있었고 팔뚝 군데군데는 혈관이 터져 피멍이 들어 있었다. 박 할머니는 "약을 먹은 후부터 피부와 뼈가 약해져 조금만 부딪혀도 혈관이 터지고 뼈가 부러진다"며 "걸으면 어지러워 쓰러질 것아 멀리 가기도 두렵다. 하루빨리 약값이라도 지원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진폐증 진단 후 최근까지 8번이나 입원을 반복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동구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환경부 주민건강영향평가 대상에서도 빠졌다.

현재 박 할머니가 기댈 곳은 주민건강관리사업밖에 없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과거 연료단지 인근 거주자인 자신도 진료와 치료, 약값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민사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마련돼 금전적인 배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영남대의료원의 주민건강관리사업 참여 거부로 미뤄지게 됐다.

◆뿔 난 안심 주민들

동구 율암동에 16년째 사는 홍모(60) 씨는 병원의 진단을 받아 5년째 기관지 확장 약을 복용하고 있다. 연료단지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홍 씨는 무엇보다 25살 아들이 걱정이다. 아들이 날씨만 쌀쌀해지면 잔기침을 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날리는 먼지 때문에 길을 걷기도 힘든 지경이다. 빨리 건강관리사업을 시작해야 하고 연료단지도 당장 옮겨 주민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율암동과 신기동 등지에서 생활한 손모(70'용계동) 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호흡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손 씨는 그동안 폐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다녔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 대상이었지만 먹고살기 바빠 참여하지 못한 그는 "요즘처럼 날씨가 심해지면 감기에 잘 걸리고 낫지도 않는다"며 "가래와 기침이 심하고 호흡이 달려 걷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회는 주민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다음 주 안으로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폐질환을 앓는 주민 중에는 고통을 못 이겨 진통제를 먹어가며 겨우 견디는 사람들도 있다"며 "주민건강관리사업 참여를 거부한 지역의 병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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