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발목 잡는 '전봇대' '대못' 신고하면 담당자 현장 출동

경북도 경제주체 초청 '규제 개혁'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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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규제완화 1번지\'로 거듭나겠다며 김관용 도지사가 직접 나서 대대적인 규제 개혁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손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사진은 김 지사가 직접 주재해 지난달 말 대구대 캠퍼스에서 열린 규제개혁 대토론회.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규제개혁을 정말 제대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경북도청 제공

"산지에 공장을 지으려는데 법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담은 조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조업 살려야 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실제 공장을 세우려고 나서면 제약이 많습니다."(한주현 계림건축사무소장)

"문경 산양농공단지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는 관로를 통해 낙동강 수계와 관계없는 점촌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도록 돼 있지만 공단을 만들기 전 수계를 공장설립 규정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농공단지에 공장을 세울 수 없습니다. 유령 공단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문경시가 지방채 80억원어치까지 발행해 닦은 농공단지가 이 지경이 되면 100억원 가까운 혈세를 날리는 겁니다."(노춘택 문경 산양농공단지협회의장)

"태양광발전소는 친환경에너지 발전소인 것을 모두 압니다. 그런데 친환경시설이 상수원보호구역 내라는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수질오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설에 대해서는 과잉 규제를 풀어줘야 합니다."(㈜에타 최성일 대표)

지난달 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직접 주재해 열렸던 '경상북도 규제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현장 사람들이 쏟아낸 목소리다.

'규제개혁'은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가장 먼저 불렀던 '지정곡'이었다. 기업인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기업 규제 철폐를 내걸면서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경북도 집계결과, 1998년 국내 등록규제 숫자는 1만185건이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5천269건까지 늘었다. 규제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칼을 빼들었다. 중앙정부도 하기 힘들었던 규제 줄이기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다.

◆규제 풀기? 하면 된다!

김은태 ㈜데스코 대표는 올 초 가공 및 재생 플라스틱 생산공장을 성주에 세우려고 했지만 벽을 만났다. 업종제한 규정이 '고시'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의 고민을 들은 성주군은 "규정을 바꾸겠다"고 했다. 특혜 논란에 휩쓸릴 경우, 담당 공무원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주군 공무원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도축업'염색업 등 제한업종을 과감히 풀었다. '사전 규제'를 '사후 규제'로 전환, 일단 공장을 받아들인 뒤 환경 관리를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성주군의 '규제 개혁' 이후 데스코를 비롯해 올 들어 5개 업체가 성주군 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들 업체는 179억원을 투자했고 103명의 근로자가 새 일자리를 얻었다.

최근 차부품 벨트로 떠오르면서 기업 수가 급증한 경주 외동공단. 이곳은 근로자들의 증가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성을 띠기 시작했다. 수요를 본 건설업체가 지난 2011년부터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았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부터 500m 이내 지역에서는 건축행위 제한 규정이 있었던데다 층고도 10층 이하로 제한돼 있었던 것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문제 해결에 나섰다. 줄기차게 문화재청에 요구, 올 초 제한기준을 완화(500→200m)하도록 했다. 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3천23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건립 허가가 났다. 주택 부족으로 만성적 구인난을 겪었던 외동공단 업체들의 고민이 해결된 순간이었다.

◆규제 완화? 경북도가 앞장선다

경북도는 규제 1건을 폐지하면 20억원 정도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수년간의 노력 끝에 허가가 난 3천여 가구 규모의 경주 아파트 경우, 1만5천여 명의 직접적 인구 증가 효과는 물론 고용유발 효과 5천500여 명, 생산유발 효과 1조4천151억원, 소득유발 효과 2천105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2천495억원 등의 경제적 편익이 있는 것으로 경북도는 파악했다.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은 규제지만 실제로 없애고 보면 태풍의 위력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북도는 '살맛 나는 경제, 행복한 도민'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규제를 과감하게 줄여나갈 계획이다.

우선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조직부터 든든하게 만들어놨다. 규제개혁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로서 행정부지사 직속의 '규제개혁추진단'(단장 장상길)을 발족한 데 이어 부서 간 칸막이 철폐와 협업을 위해 '규제개혁 TF'도 가동 중이다.

경북도는 이미 규제개혁추진단 활동을 통해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법령과 관련된 개선 건의과제 452건을 중앙부처에 건의했다. 또 규제개혁의 실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을 11명이나 보강, 24명으로 확대개편했다.

경북도는 또 규제 개혁의 목표를 '수요자 중심, 현장 중심'에 두기로 했다. 책상머리 규제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규제개혁 수요가 많은 창업, 투자, 농'축산, 산림, 환경, 보건 등을 규제개선 7대 중점 분야로 선정하고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과제를 발굴해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장 민원이 많은 만큼 규제개혁추진단은 7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직접 현장에 나가 이해 관계인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또 경상북도 경제진흥원 내에 설치돼 유명무실해졌던 기업규제신고센터를 도청 내로 옮겨온 뒤 규제신고 및 고객보호센터로 이름을 바꿔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다. 1588-7310의 전용전화도 개설, 이미 40여 건의 민원을 접수'처리했다.

◆규제? 집안단속부터 한다

경북도는 지방정부가 만든 규정도 대폭 손대고 있다. 도와 시군의 자치법규 전수조사를 실시, 자치법규 내에 있는 규제를 찾아 손질하고 있다. 자치법규 일제 전수조사를 통해 감축대상 규제 34건(폐지 23건, 완화 11건)을 선정한 뒤 이미 14건의 규제를 없앴다.

규제신설 때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방식 및 일몰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 기능강화를 통해 신설규제를 억제하고 의원입법으로 신설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경상북도의회 입법부서와 협조체계를 구축, 규제신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경북도는 설명했다.

경북도는 또 공무원 교육을 통해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하기로 했다. 민원공무원의 소극적 행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장상길 경북도 규제개혁추진단장은 "'안된다'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바꾸려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환경을 만들겠다"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장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공무원교육원에서도 전문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규제 개선을 잘한 우수공무원에 대해서는 성과금과 승진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와 함께 법령상 및 자치법규에 등록되지 않은 숨은 규제, 그림자 규제도 적극적으로 찾아내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 고시'공고, 각종 행정 내부 지침, 인허가 조건 발전기금 납부 및 기부채납 행위 등을 일제 조사, 폐지하거나 사안에 따라 분류해 관리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김관용 지사는 "전국 최초로 지방차원에서 기업애로 사항을 직접 겪고 있는 경제주체들을 모두 모셔놓고 지난달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가졌다"며 "이는 경상북도가 정말 제대로 된 규제개혁을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기업인들이 건의한 안건들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라며 "규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고칠 것은 고쳐 기업 하기 좋은 경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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