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대중음악도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동작업, 줄여서 '콜라보')에 집중하고 있다.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콜라보를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표현하는 것도 그런 바람에서다. 비슷한 발음인 '브라보'(bravo: '좋다'는 찬사)라는 평가를 얻으려 열과 성을 다해 기획 및 진행한다. 장르 간 이종 교배는 물론 시대도 마구 뛰어넘고, 집단지성도 발산한다. 최근 대중음악계에 눈에 띄는 콜라보 소식들이 있어 소개한다.
◆알베르 카뮈×서태지
반세기를 뛰어넘어 소설과 대중음악이 콜라보를 펼친다. 결과물은 뮤지컬이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1947)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서태지가 만든 곡들과 엮은 창작뮤지컬 '페스트'다. 연예기획사 스포트라이트는 4년에 걸쳐 준비한 이 작품의 대본이 최근 완성됐다고 밝혔다.
소설 페스트는 이번에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된다. 이 뮤지컬은 전염병을 다룬 소설 속 상황을 현대로 옮겨와 사람들이 예측불허의 긴박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휴머니즘을 그릴 예정이다.
뮤지컬 넘버는 서태지의 음악인생 20년을 대표하는 곡들로 구성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등과 서태지가 솔로로 발표한 '테이크6' '틱탁' 등이다. 스포트라이트 관계자는 "카뮈의 환상적인 리얼리즘과 서태지의 독보적인 음악성이 만나 대형 창작 뮤지컬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선사할 것이다. 소설 페스트와 서태지의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고, 공존의 의미도 감동적으로 전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서태지는 직접 대본 및 편곡 작업을 감수하기로 했다. 뮤지컬 페스트는 곧 오디션을 통해 서태지의 노래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을 뽑고, 내년 하반기에 첫 공연을 선보인다.
◆프레디 머큐리×마이클 잭슨
공개 시기가 늦어져 오히려 더 큰 이슈를 낳고 있는 콜라보 소식이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듀엣곡이 최근 공개됐다. 최근 발매된 퀸의 발라드 컬렉션 앨범 '퀸 포에버'에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클 잭슨이 함께 인생에 진정 중요한 것들을 노래한 '데어 머스트 비 모어 투 라이프 댄 디스'(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가 수록된 것이다.
이 곡은 퀸이 1981년 발표한 앨범 '핫 스페이스' 작업 때 프레디 머큐리가 작곡한 곡이다. 당시 프레디 머큐리가 마이클 잭슨의 홈스튜디오를 방문해 마이클 잭슨의 보컬을 녹음했지만 곡은 완성하지 못했다. 이 곡은 이후 편곡을 거쳐 마이클 잭슨의 보컬은 빠진 채 1985년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앨범에 수록됐다.
이번에 공개되는 것은 두 사람의 보컬을 함께 담은 완성 버전이다. 무려 30여 년 만이다. 유명 프로듀서 윌리엄 오빗이 두 보컬을 퀸의 연주 위에 성공적으로 융합시켰다.
특히 마이클 잭슨은 사후에도 활발하게 재창조되고 있는 뮤지션이다. 올해 5월 그가 남긴 유작들을 후대의 프로듀서들이 다시 작업한 '익스케이프'(Xscape) 앨범이 발매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에도 어렵게 발굴된 반가운 목소리로 팬들과 만난다.
◆한대수×후배 뮤지션×팬
전설적인 포크록 뮤지션 한대수의 40주년 기념 앨범이 요즘 한창 작업 중이다. 그의 1집 앨범 '멀고 먼 길'(1974) 발매 40주년을 기념하는 이 앨범은 처음에는 후배 뮤지션들이 그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연주하는 헌정(트리뷰트) 형식으로 기획됐다가, 한대수 본인도 참여하는 콜라보 형식으로 바뀌었다. 트리뷰트와 콜라보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앨범인 셈이다.
앨범 전체 프로듀서는 손무현이 맡았고, 참여 뮤지션은 이렇다. 조영남, 전인권(들국화), 김도균(백두산), 김목경, 신대철(시나위), 남궁연, 강산에, 이상은, 이현도(듀스), 윤도현, 호란(클래지콰이), 몽니, 장기하(장기하와 얼굴들). 모두 쟁쟁한 이름들이다. 또 세대와 세대가 모였고, 장르도 불문이다. 특히 한대수와 '세시봉' 동료였던 조영남은 '바람과 나'라는 듀엣곡을 부르기로 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곧 일부 음원을 먼저 공개하고, 12월 초에는 정식 음반을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선후배 뮤지션은 물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앨범 제작비를 투자한 팬들도 '하루아침'이라는 곡에 '떼창' 녹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 사상 초유의 대형 콜라보로 기록될 전망이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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