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보조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체감 실업자는 287만 5천 명으로 공식 실업자 85만 8천 명의 3.4배에 이른다. 정부가 발표해온 공식 통계 뒤에 숨겨져 있던 실제 실업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체감실업률도 최대 10.1%로 공식실업률(3.2%)의 3.2배에 이른다. 그동안 미국이나 독일보다도 훨씬 낮은 실업률에 고개를 갸우뚱해온 국민의 의구심이 이제야 풀리는 셈이다.
이같이 고용지표가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괴리가 발생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취준생(취직준비생)과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실업통계에서 빠지고, 알바생이나 임시직을 온전한 취업자로 잡은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 따라 이들을 잠재적 실업자로 보고 3가지 보조실업률을 계산해 공식실업률과 함께 발표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이미 자체 기준에 따라 공식실업률 외에도 5~8가지의 보조지표를 발표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 보조지표를 U1부터 U6까지 6단계로 분류해 발표하고 있다. 가장 포괄적인 실업률 지표인 U6는 공식실업률 지표인 U3의 두 배에 이른다고 한다. 다양한 보조지표를 개발해 공식 통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ILO의 기준에 따라 체감실업률을 처음 발표했다면서도 연령대나 성별, 교육 정도에 따른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8%를 기록한 공식 청년실업률 통계 또한 ILO 새 기준을 적용하면 20%대로 껑충 높아질 수도 있다. 통계 착시는 국민의 착각을 일으키며 정부의 정책목표 설정을 흐리게 하기 마련이다.
'청년 백수'니 '88만 원 세대'니 하는 말들이 나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실질적인 실업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이는 곧 정책의 부실한 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정부의 일자리대책 또한 겉돌았다는 방증이다. 이제부터라도 새 통계에 걸맞게 다양한 실업 형태를 고려한 고용정책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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