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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침하·균열 포항양덕초교 학부모들 "아이들 학교 못보내"

장흥초교 정재옥(왼쪽 뒷모습) 교장이 단체 전학을 요구하는 양덕초교 학부모들에게 학교 사정을 이야기하며 전학 수용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장흥초교 정재옥(왼쪽 뒷모습) 교장이 단체 전학을 요구하는 양덕초교 학부모들에게 학교 사정을 이야기하며 전학 수용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안전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포항 양덕초등학교 사태(본지 7일 자 1면 보도 등)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양덕초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단체 전학시키려고 하면서 인근 학교까지 과밀화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0시쯤 양덕초교 학부모 150여 명은 자녀들과 함께 인근 장흥초교(포항시 북구 장성동)로 찾아갔다. 모두 전학동의서를 들고 단체 전학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다니던 양덕초교에는 전화 등으로 전학을 통보하고 등교를 거부한 상태였다.

이날 장흥초교에서는 전학 허가를 요청하는 학부모들과 이를 진정시키려는 교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장흥초교 측은 "현재 학급당 수용 가능한 학생 수를 넘어섰다"며 사실상 단체 전학 거부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흥분한 학부모들이 대거 몰려 들면서 시종일관 고성이 오갔으며, 심지어 교직원을 밀치는 작은 몸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학부모들은 1시간 후인 오전 11시쯤 자진 철수했지만, 이날 별다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아 앞으로도 비슷한 분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올해 중순까지 장흥초교는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5명 정도인 평범한 학교였다. 그러나 지난 9월쯤 양덕초교 사태가 불거지고 학생들의 대거 전학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학급당 최고 39명까지 이르는 등 과밀화 현상을 빚고 있다. 장흥초교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양덕초교에서 전학 온 학생들만 이미 164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다른 학교로 전학 가려면 이사를 가야 가능했다. 하지만 장성동과 양덕동을 합친 장량지구 학교 4곳(장흥초'송곡초'죽천초'항구초)은 지난해 자율학구제로 변경돼 제한적이나마 전학할 수 있게 됐다. 양덕초교 등 일부 학교의 과밀화 해결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양덕초교 학부모들은 그나마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대부분 장흥초교로의 전학을 희망해 또 다른 과밀화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한 교육 관계자는 "자녀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 심정도 이해되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빨리 타협점을 찾아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양덕초교는 최근 강당동과 연결통로 등 학교 건물의 일부가 14㎝ 이상 침하되면서 균열이 가는 등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교육지원청과 시공사 측은 보수'보강을 약속했지만 학부모들은 건물의 전면 철거 및 재시공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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