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사성 지하수 유출 위험" 경주 방폐장 사용 불합격

경주시 양북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안전성 논란으로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섞여 나올 수 있다는 등 안전에 직결된 방사선 누출 시기와 누출량을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13일 제31회 정기회의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사용전 검사 등 결과 안'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사용전 검사 통과를 위한 최소 기준인 위원 5명 이상의 '합격' 판정을 받지 못했다. 원안위는 추가 검토를 거쳐 12월 11일 열리는 32차 회의에서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병원'산업체 등에서 발생한 비교적 방사능이 적은 폐기물을 보관하는 시설이다. 폐기물을 담은 드럼통을 밀봉해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사일로)에 넣고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싼 뒤 암반 동굴에 묻는 방식이다.

2008년 옛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 허가를 낸 이 시설은 당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 후 사용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사용전 검사를 받아 왔다. 이를 주도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9월 검사를 종료하고 사용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위원들과 지역 주민들은 "공사 당시부터 지적된 연약한 암반 등으로 지진 등에 취약할 수 있고,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섞여 나올 수 있다. 이 물이 동해로 흘러 들어가면 물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피폭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들은 지하수 문제가 100% 안전해야 합격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방폐장에서 방폐물질이 가둬져야 하는데 폐쇄 후 20년이 지나면 반드시 새어 나온다. 방사능 누출량이 적어 법적 기준에 적합하다지만 삼중수소와 테크니슘 같은 일부 방사성 물질은 흡착이 안 되는 종류"라며 불가 판정의 이유를 밝혔다.

원자력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저준위 방폐장은 주변 방사선량이 허용치를 한참 밑돌도록 관리하다가 300년 정도 지나면 입구를 콘크리트로 메워서 폐쇄한다. 이후부터는 내부에서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손을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KINS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암반이 좋지 않은 부분은 사일로를 두껍게 설계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주 방폐장에 보관할 수 있는 폐기물 양은 10만 드럼(1드럼=200ℓ)이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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