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자(朱子'이름은 朱熹)와 제자 사이에서 학문에 대해 주고받은 내용을 기록한 '어록'(語錄)이다. '어류'(語類)나 어록이나 뜻은 같다. 주자 이전의 유교와 주자 이후의 유교, 곧 성리학(性理學)의 중요한 장점은 인간 도덕 문제를 우주의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인류 지성의 발달사로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의 경우 불교라는 종교를 수용한 뒤 도덕과 윤리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종교로서 불교가 갖는 민중적 신앙과 사원의 건축도 새로운 문화적 확대이지만, 이론면에서 불교의 이론을 빌려 성리학이라는 '도덕철학'을 형성하였다. 공자와 맹자의 도덕론, 윤리 규범, 예(禮)라는 종교적 의례에 우주의 원리를 갖고 근거를 지웠다. 즉 인간과 우주가 일체화 되어야 하고, 우주자연의 합목적성에 인간의 행위가 합치되어야 한다는 성리학의 기본 원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이 어류에서는 우주론이 도덕론과 병행되고 있다.
우주론의 이론 체계의 핵심은 리(理)라는 원리(이데아)와 기(氣)라는 질료(재료)가 함께 있어야 우주가 형성되고 운행된다는 것이다. '리'라는 개념은 이전 유교에 없던 개념이다. 그래서 송대 성리학을 '신유학'(新儒學)이라고 한다. '주자어류'의 처음에 이 문제가 집중 서술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리와 기는 서로 떨어지지도 않고 동시에 섞이지도 않는다"(理氣不相離不相雜)라는 명제로 나타낸다. 그 외 '오경'과 '사서'를 비롯해 제자백가(諸子百家)나 불교와 노장사상 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대화체로 기록되어 있다.
주자가 '사서'를 편찬할 때 공자와 맹자의 어록, 즉 '논어'와 '맹자'를 선택한 것은 성인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듯이, 이 '주자어류'도 그 이후 주자를 직접 접하는 이점이 있다고 후학들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어록체이므로 당시 '구어체'(口語體) 문장이 혼용되어 있다. 일반인은 번역본으로 접하는 수밖에 없다. '주자대전'은 정조대왕의 '주서백선'(朱書百選) 외에 아직 읽을 만한 번역본이 없으나, '주자어류'는 적당한 번역서가 있다. 여기서 주자가 제자들에게 공부에 대해 당부하는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이곳에서 공부하는데, 강의하는 시간은 적고 자네들이 실행하는 시간은 많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자네들 자신이 직접 일을 대해 보고, 직접 생각해보고, 자신이 수양하지 않으면 안된다. 책도 스스로 읽고 이치도 스스로 탐구해 보아야 한다. 나는 다만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일 뿐이다. 의문점이 있으면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하였다. 원래 유교의 스승상은 공자도 그랬지만 주자 역시 고대 그리스 철학자처럼 산파역을 자처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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