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3심 판결이 모두 다르면 법원 신뢰 어렵다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는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2부가 '해고 무효'로 판결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항소심도 1심에서 '해고 유효'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쌍용자동차가 판매 부진과 국제 금융위기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9년 초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며 시작했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전체 회사 인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천646명을 구조 조정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고, 이에 노조는 77일 동안 회사 점거 등 강력한 투쟁을 벌였다. 이후 양측은 협상을 통해 165명을 정리해고했고, 해고 노동자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당시 회사가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느냐는 것이다. 항소심은 당시 쌍용자동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구조적인 재무건전성 위기까지 겪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측이 일정부분 해고 회피 노력을 했지만,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더 많이 노력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상반됐다. 쌍용자동차는 자력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당시의 위기도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계속될 위기라고 판단했다. 또 무급 휴직 등을 먼저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쌍용자동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공무원의 정치 집회 참여나 전교조 관련 사건, 황제노역 사건 등 정치적이거나 힘있는 사람이 관계한 사건은 법원마다 결과가 다르거나 형량에서 큰 차이가 났다.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국민 법 감정'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에 따라 양형 기준 개선 등 여러 차례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현실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 대한 판결이 1~3심을 거치면서 모두 엇갈리고, 비슷한 사건이 판사 개인 성향이나 법원마다 다르거나 형량에서 차이가 난다면 신뢰하기가 어렵다. 쌍용자동차 해고 무효 소송만 해도 1심 유효, 항소심 무효, 상고심 유효로 모두 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사건의 판결을 넘어 또다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게 했다. 대법원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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