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혹시 내 배지가? '선거구 빅뱅' 경북의원들 긴장

쪼개 보고 합쳐 보고 셈법 분주…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비례를 3대 1로 둔 현행 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내년 말까지 선거구 간 인구비례를 2대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선거구 통폐합 위기에 처한 경북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회는 지금 '선 긋기' 한창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 세월호 3법 처리를 앞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전날 헌재 판결 소식을 접한 탓에 일부 의원은 표정이 어두웠다. 자신의 지역구를 빼앗기거나 지역구 일부를 쪼개야 할 상황에 놓인 의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국회 의원회관 분위기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였다. 통폐합이 유력한 선거구 국회의원실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유권자들이 전화해 '인접 지역구와 합친다는 말이 있는데 국회의원이 바뀌느냐'고 물었다"며 "'걱정 마시라. 다음 총선에서도 뽑아주시면 된다'고 답했지만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통폐합 대상이 아닌 선거구 의원 측도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복합선거구인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선거구를 쪼개고 붙일 경우, 가능한 조합을 모두 분석해서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은 아예 지도를 펼쳐놓고 '선 긋기'를 하고 있었다. 지도상 인접지역을 이리저리 붙여보는 것.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드러내 보였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지난 9월 말 기준 경북지역 영주, 상주, 영천, 김천,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 인구가 최소 선거구 인구 기준(13만8천984명)에 미달한 상태다. 하지만 문경'예천과 군위'의성'청송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두 지역은 행정구역 두 곳 이상이 합쳐진 복합선거구다. 자칫하면 주변 지역에 '떼어줘야 한다'는 위기감과 우려의 시선 탓에 김재원(군위의성청송)'이한성(문경예천) 국회의원의 속내는 더욱 쓰리다.

김재원 의원은 "김천에 달려 있다. 김천 인구가 최소 기준에 미달하면 김천과 상주, 군위'의성'청송과 영천, 문경'예천과 영주가 합쳐지고, 경산'청도 선거구가 분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인접 선거구라고 해서 무작정 끌어다 붙이는 데도 문제가 있다. 선거구 획정 전까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한성 의원도 예민한 심정을 노출했다. 7일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심사에서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하면서 인구 많은 지역 사람들의 요구나 이야기만 귀담아듣고, 출향민이나 지역 유권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우 국회의원(김천)은 "혁신도시 인구 유입 요소가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버티기 중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김천 인구는 13만4천500명으로, 최소 인구에 4천500명 남짓 모자란다.

장윤석 국회의원(영주)는 국가의 3요소를 내세웠다. 장 의원은 "국민'영토'주권이 국가의 3요소다. 헌재가 표의 등가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구를 언급했는데, 경북지역 유권자들은 수도권보다 더 넓은 영토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도 표의 등가성이 고려돼야 하는 것 아니겠나"고 일갈했다.

◆뭉쳐야 산다

지역 의원들은 똘똘 뭉쳐 대책을 만드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이철우'장윤석'정희수'김종태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농어촌 주권 지키기 모임'을 결성했다. 헌재 결정으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여야 농어촌 국회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날 열린 동서화합포럼에서도 여야 국회의원이 협력을 다짐했다. 호남에서도 광주 동구를 비롯해 전남에선 여수갑, 고흥'보성, 무안'신안이, 전북에선 무주'진안'장수, 임실, 남원'순창, 고창'부안, 정읍이 하한 인구 미달로 조정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두 양대 정당의 텃밭 의석이 줄어들게 됐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에 놓여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헌재는 인구를 기준으로 표의 등가성을 설명했지만, 표의 등가성은 유권자 수로 설명해야 한다. 경북지역은 수도권보다 젊은 층이 적다. 거꾸로 말하면 인구 대비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다. 헌재가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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