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은 해방과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최대한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눈코 뜰새 없이 살아왔다. 그러한 삶을 지나오면서 자연스레 '빨리, 빨리'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와이파이 전산망을 보유한 나라'라는 명성도 얻었다.
그러나 득만큼 실도 존재한다. 세상인심이 험악해지고, 치열한 경쟁 속에 따뜻한 신뢰가 사라졌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조기 유학과 조기 교육에 열을 내게 되었고, 국민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숨 가쁜 속도의 시대 속에서 화려한 겉과 달리 온갖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젊은 청년 시절엔 빠르고 경쾌한 노래들이 좋더니만, 이젠 부드럽고 편안한 음악들이 끌린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하나 있다.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 가수, 아바(ABBA)의 '안단테, 안단테'라는 곡이다. 남녀의 사랑을 따뜻하고 편안한 템포로 표현한 아바의 대표적인 명곡이다. 노래 제목인 '안단테'(Andante)는 고전 소나타 교향곡의 느린 악장을 가리키는 속도의 한 표현으로,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라는 뜻이다. 노래 제목처럼 아바의 곡이 흘러나오는 5분만큼은, 조급하거나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이렇듯 우리는 예술이란 통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경험한다. 이 느림의 미학을 우리 삶을 통해 직접 발견하고 체험하려 노력한다면, '안단테, 안단테'가 전해주는 편안한 행복감을 삶의 매 순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병원에서도 '안단테'가 필요하다. 의사든, 환자든 '빨리'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급히 서두르면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 의사는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병을 진료해야 하고, 시술을 할 때도 속도보단 정확성을 중시하며 여유를 가져야 한다.
환자 역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차분히 치료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부목고정을 했다면, 골절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급한 마음에 부목을 풀어버리고 활동하면 제대로 뼈가 붙지 않고 때로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까지 발병하는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부터 딱지가 생겨 아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환자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면 신경통으로 진행돼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 고통받을 수 있다. 행복한 치료 결과와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져야할 태도는 '빨리'가 아닌 '느리게'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소한 삶의 부분에서부터 '안단테, 안단테'를 되뇌어보자.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통해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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