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숯불도 다시 보자."
10명의 사상자를 낸 담양 펜션 화재 사고에서처럼 불에 달궈진 숯이 대형 화재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의 재가 마른 풀 등에 닿으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고, 활활 피어오르는 숯불을 끄려 물을 부으면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 순식간에 주위로 퍼질 수 있어 대형 화재를 유발하기도 한다.
고기의 식감을 높이려 흔히 사용하는 숯. 편리한 만큼 위험성에 대한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나무를 태워 만든 숯은 85%가 탄소로 이뤄져 있다. 이런 물질적 특성은 열을 옮기는 성질이 강한데 특히 물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수증기 폭발을 일으켜 '비화'(飛火: 불씨나 고온의 물체가 다른 곳에 옮긴 불)를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일부 고깃집에서 사용하는 인공 숯은 잘게 부순 폐목재를 접착시켜 만들어 숯재의 크기가 천연 숯재에 비해 작고 금세 식는다.
소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끓는점이 100℃인 물이 800~900도의 열을 내며 타는 숯에 닿으면 바로 수증기로 변하고, 그 부피가 액체 때의 1천200~1천700배로 커진다. 이런 성질 때문에 숯을 화기로 바비큐 그릴에서 고기를 구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 고기의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 불꽃이 일고 순간적으로 높이 치솟는 불을 끄려 물을 부으면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 숯의 재가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꺼지지 않은 숯재가 옷이나 마른 잔디, 나무 등에 닿으면 불길이 번질 수 있고, 만약 확 트인 공간이라면 산불을 초래할 수 있다.
이성용 소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은 "500㎖ 생수 한 병을 숯불에 부으면 물은 순식간에 최대 0.85㎥ 부피의 수증기로 변해 사방으로 퍼진다. 이때 가벼운 숯재가 열을 품은 채 함께 확산해 인근 물체에 옮아붙어 불이 날 수 있다"며 "특히 고기를 굽는 곳처럼 기름기가 있는 곳에 물을 부으면 기름이 함께 튀어오르면서 더 큰 폭발을 일으킨다"고 했다.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나무와 목재 건물 주변에 있는 야외 바비큐장에선 숯재가 날릴 것에 대비해 안전설비를 설치'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소화기와 소화전 등 소화장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화기 근처에 소화기를 두면 갑작스럽게 불이 났을 때 빠르고 손쉽게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소화기는 보행간격 20m마다 하나씩 둬야 하며 바비큐장처럼 대형 화기를 취급하는 곳에선 화기 하나당 소화기 2, 3개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며 "건물을 지을 때는 숯재가 날릴 것을 고려해 천장 높이와 내부 폭을 넉넉히 지어야 한다. 이미 지은 건물은 커튼이나 천막, 실내장식 등 가연성 물질을 없애고서 안팎에다 불이 붙지 않는 방염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또 "고깃집 등지에선 불판 위에 늘어뜨려 놓는 연기 흡입기를 숯불 화기 근처에 설치해 두면 숯재가 날리더라도 이를 빨아들이며 열기를 없애거나 가연성 물질로부터 멀리 내보낼 수 있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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