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6) 씨는 이달 초 자동차 이전 등록 지연에 따른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지난 2010년 차량 이전 등록을 4개월쯤 늦게 했는데, 이에 대한 범칙금이 이제야 통보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집안 사정으로 경황이 없어 어머니 명의의 자동차에 대해 상속 이전 등록을 못 했다. 범칙금 21만원은 적은 금액도 아니고, 아무런 통보가 없다가 4년이 지나 고지서를 받게 되니 화가 난다"고 했다.
대구시와 각 구청이 자동차 이전 등록 미필자에 대한 범칙금 부과 업무를 수년간 서로 떠넘기다 최근 소멸시효를 앞두고 미필자에게 범칙금을 통보하고 있다. 길게는 4년이 지난 뒤 범칙금 고지서를 받은 시민들은 대구차량등록사업소와 구청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번 상황은 2010년 2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이전 등록 미필자에 부과되던 과태료가 범칙금 방식으로 바뀌면서 비롯됐다. 법 개정 전에는 차량등록사업소가 차량등록 사무 및 과태료 부과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과태료가 범칙금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범칙금 부과 업무가 각 구청으로 넘어갔다. 각 구청은 ▷전담 인력이 없고 ▷등록업무 권한이 없어 내용을 모르고 ▷업무 관련 특별사법경찰관 지정이 안 됐다는 것 등을 이유로 범칙금 관련 업무를 거부했다. 대구차량등록사업소는 2012년 7월과 올 8월 각 구청에 범칙금 부과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구청들은 이를 반송했다.
대구시는 범칙금 부과 소멸시효(내년 2월 5일)가 임박하자 지난달 구'군 교통과장 회의를 열고, 대구차량등록사업소가 구청 명의로 범칙금 납부 고지서를 대신 발송하되 범칙금 미납자에 대한 형사고발은 구청이 맡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차량등록사업소는 지난달 말 위반일이 오래된 이전 등록 미필자를 대상으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했다.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발송된 범칙금 고지서는 2010년 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천84건의 위반 건 가운데 143건(11일 기준)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로 눈치만 보면서 업무를 하지 않다 소멸시효를 넘기면 감사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급하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결국 미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범칙금 고지서가 발부된 후 대구차량등록사업소와 구청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구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뒤늦게 범칙금 고지서를 받게 된 사람들의 항의전화가 하루에 10여 건에 이르며, 직접 찾아와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내부적인 조율이 안 돼 범칙금 부과가 지연되다 보니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업무 처리에 속도를 내 민원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함께 현재 이전 등록과 관련한 범칙금 부과 권한이 시'군'구에만 있는 것을 시'도지사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