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문화재 발굴 '신속론'과 '신중론' 시끌

"장기간 발굴 시민 불편" 정수성 의원 발언 촉발, 문화단체까지 가세 논란 확산

신라 문화재 발굴, '신속론'과 '신중론' 어느 것이 맞을까?

최근 경주지역 문화재 발굴 방식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대규모 발굴단 투입을 통한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 시민 측과 '전문기관을 투입한 신중한 발굴'을 주장하는 문화계 측이 팽팽한 대립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민들은 "그동안 각종 문화재 발굴 등으로 집마저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발굴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계 측은 "전문성이 검증되지 못한 졸렬한 발굴은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새누리당 정수성 국회의원에 의해 처음 촉발됐다. 정 의원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재청이 등록된 18개 조사기관 중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한 곳만을 지정해 발굴하도록 하고 있어 장기간 발굴에 따른 시민 불편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문화재 발굴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도심지가 장기간 발굴로 파헤쳐진 채 수년간 방치되다 보니 경주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다수기관을 한꺼번에 투입해 발굴시간 단축 등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발굴사업을 문화재청 산하 한 개 기관만 지정해 해온 것은 명백한 특혜이고 사업을 장기간 끌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문화계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고학회 등 국내 11개 고고학회는 이달 7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천년 고도 경주의 훼손을 막고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이뤄내야 한다"고 맞대응했다. 학회 측은 "다수 기관에 의한 연합발굴은 필연적으로 저가 입찰과 부실 발굴 등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며 "모든 발굴조사는 일정 부분 파괴를 수반하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히, 그리고 최고의 전문가집단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번 논쟁에 경주지역 문화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다. 경주문화원 등 경주지역 11개 문화단체는 10일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고학회 등에서 주장하는 발굴조사를 속전속결로 추진하면 문화재를 파괴한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그동안 문화재 보존을 위해 온갖 피해를 감내해 온 경주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문화재청이 주도하는 경주지역 문화재 발굴사업은 황오'황남'인왕동 일원의 쪽샘지구 총 38만4천여㎡가 진행 중이며, 인왕동 월성 발굴 49만5천여㎡가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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