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10년쯤 지나서는 더 이상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가라면 이 말이 최고의 평가임을 알 것이다." 프랑스 역사가 뤼시앵 르페브르가 어떤 책에 대해 서평을 하면서 한 말이다. 좋은 책은 시대의 고민을 담고 있으므로 시대가 바뀌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시대에 몰입한 책이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대를 초월해 꾸준히 읽히는 책 즉 '고전'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전은 있다.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 시대에 따라 형태만 달리할 뿐 인간의 고민 역시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래서 고전은 지금도 읽힌다.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에도 시대를 초월해 끈질기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경영연구가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이코노미스트지에 발표한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도 그중 하나다.
파킨슨은 2차대전 당시 해군에 근무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1914년에서 1928년까지 14년 동안 해군 장병은 14만6천 명에서 10만 명으로, 군함은 62척에서 20척으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해군 소속 공무원은 2천 명에서 3천569명으로 8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식민성의 행정직원 수도 그랬다. 식민지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던 1935년 식민성의 행정직원은 372명이었는데 식민지가 크게 줄어든 1954년에는 1천661명으로 4.5배나 늘어났다.
파킨슨은 이를 통해 지금도 유효한 통찰을 얻었다. "공무원의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업무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증가 폭은 파킨슨의 계산에 따르면 5.17%와 5.65% 사이였다. 물론 이 수치가 모든 국가나 공무원 조직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량과 상관없이 공무원은 계속 늘어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중앙부처 공무원 수가 직전보다 740명 늘었다. 이에 따라 중앙부처 공무원 수는 박근혜정부 출범 2년이 채 안 돼 6천579명이 증가했다. 이렇게 공무원이 늘어나면 국민 생활도 편리해져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공무원 수 증가와 함께 규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방증이다. 이 때문에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무원을 줄이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공무원 조직의 몸집 불리기 본능은 참으로 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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