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시험, 교사가 출제하고 교수가 검토해야

201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물 수능'이었다는 비난 속에 출제 오류 문제까지 속속 불거지면서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변별력 없는 문제로 입시에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오류까지 걸러내지 못한 교육당국의 잘못이 엄중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를 의식해 올해는 보다 세밀한 검토를 했다'고 주장했기에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수능에서 이의신청 건수는 모두 1천104건으로 지난해 317건보다 3.5배 폭증했다. 그만큼 수험생들의 문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제기된 이의도 가지가지다.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이의 신청을 한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생성과정을 묻고 있다. 이 문항에 대해서는 전문가 그룹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맺기가 쉽지 않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수험생이 나오게 돼 있어 또 따른 소송 사태가 예상된다. 교수와 교사들조차 헷갈려 하는 문제가 버젓이 출제돼 검토를 마치고 시험을 치렀다는 것은 큰 문제다. 영어 25번 문항은 소위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에 대한 개념 차이를 몰랐거나 간과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이 참여해 논란을 자초했다.

수년씩 대입 준비를 해온 수험생 입장에선 실력을 가릴 유일한 객관적 잣대는 수능뿐이다. 수능 결과는 대입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 시험에 미래를 거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책임은 그래서 막중하다. 평가원이 '물 수능'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가릴 기회를 박탈하고 문제 오류로 입시혼란을 부추긴다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교육부는 수능 출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출제는 교수가 하고 검토는 교사가 하는 교수중심 출제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출제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며 그 수준과 눈높이를 잘 아는 현장 교사들이 하고 검토는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대학 교수들이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책임감 있고 실력 있는 인사들이 출제 및 검토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출제 위원 선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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