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패션왕' 배우 안재현

첫 스크린 데뷔…"'연기 발전했네' 소리 듣고파"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27)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고맙다. 연기를 향한 어떤 자극을 주고, 자신을 즐겁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김수현이,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는 이승기와 박정민이, 영화 '패션왕'에서는 주원이 그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일복도 많고, 인복도 많아서 행복하다는 안재현. 친구들에 대해, 또 연기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였다.

"수현이는 눈빛이 매력적이에요. 또 잘생김까지 연기한다고 하잖아요? (이)승기의 스마트하고 열심히 잘하는 모습도 멋지고요. '너포위'에서 (박)정민이의 애드리브는 최고 아니었나요? 밉상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연기력도 정말 타고난 게 있는 것 같아요. 주원이는 부드러운데 주위를 이끌어가는 힘이 장난 아니에요. 연기에 빠져 산다고 느낄 정도죠. 저도 어떤 장점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안재현도 장점이 많다. 모델 출신답게 일단 큰 키(186cm)로 이목을 끈다. 외모도 한몫한다. 요즘 10, 20대에서 인기가 높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동생에서 이제는 당당히 주인공 역할도 소화한다. 붙임성 있는 성격 덕이기도 하다. 제작사 겸 매니지먼트사인 HB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별에서 온 그대'에 끼워넣기된 줄 아는 이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HB엔터와 일을 같이하게 됐고, 스태프들과 제작진의 마음에 들어 '너희들은 포위됐다'에도 출연하게 됐다.

최근 관객을 찾고 있는 '패션왕'(감독 오기환)은 안재현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비록 30, 40대 관객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진 못하고 있지만, 웹툰 원작을 재미있게 본 이들과 10, 20대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 안재현은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 첫 경험은 짜릿하다고 하지 않았나. 안재현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팬들과 일반 상영관에서 함께 영화를 볼 때 희열을 느꼈다. "극 중 기명과 패션 대결 신에서 하늘을 나는데 박수 소리가 났어요. 축구 경기 보듯 한마음으로 응원하면서 보는 듯해 좋았죠."(웃음) 큰 화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했다. "TV와는 뭐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는데 시선처리 등 제 행동 하나하나가 다 보이더라고요. 부들부들 떨면서 봤어요. 아쉬운 것도 많이 보였죠. 그래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패션왕'은 학교폭력에 고통받는 우기명(주원)이 '간지'에 대해 알게 되고 멋진 남자이자 패션왕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재현은 기명과 적대적인 관계로 등장한다. 기명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원호 역을 맡아 10, 20대 여자들의 마음을 '쿵쿵' 두드린다. 극 중 역할은 따지고 보면 나쁜 놈이다. 돈으로 뭐든 해결하려고 하고, 기명을 괴롭힌다. 같이 다니는 여자 스태프가 "오빠 정말 때려주고 싶었다. 진짜 얄밉다"고 할 정도였다.

안재현은 "'진짜? 연기 잘한 거야?'라고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캐릭터가 나빠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느냐고요? 전혀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니까요. 실생활에서 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영화니깐 나쁜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걸 더 좋아하죠. 사실 '패션왕'에 참여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거든요.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그렇게 얘기해주면 정말 좋은 거죠."

원호도 나름의 부족함이 있는 사람이다. 돈은 많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인물. 안재현은 그 지점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감독과 상의해 원호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있을 때는 원호의 그 상처를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무너지면 절대 안 됐다"고 회상했다.

'패션왕'에는 주원과 설리, 박세영도 출연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안재현 혼자 언론 인터뷰와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행복하다" "달콤하다"고 무한긍정했다. "일하는 걸 좋아해요. 솔직히 제가 드라마, 영화 나오는 이 순간이 꿈꾸는 것 같아요. 꿈은 휴식을 취할 때 꾸는 거잖아요. 저는 지금이 달콤해요. 전 12월 24일, 31일에도 일하려고요. 그게 좋아요."(웃음)

안재현이 휴일에도 일하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매니저와 스태프들은 질색했다. 매니저는 "안재현이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 욕심이 많다"며 웃었다. '패션왕'이 첫 영화라 그런지 더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영화에 알게 모르게 도움도 줬다. 모델 출신의 재능을 일부 기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옷이 소품으로 등장, 의상팀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안재현은 "감독님이 '원호는 옷을 어떻게 입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시더라. 의상팀과도 많이 얘기하면서 극 중 캐릭터의 의상을 선택했다"며 "아마 내 팬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옷들이 실제 내 옷인 걸 알 것 같다. 그 옷 찾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10대 코드가 강해 아쉬움도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재현은 인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영화였다"고 강조했다. "우리 영화의 배급사 이름이 NEW인데, 새로움을 표현하고 있잖아요. 엔터테인먼트라는 게 새로움을 전하고 감동을 느끼게 하고, 대리만족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사회 문제도 담고 있고요. 그런 새롭고 독창적인, 또 실제와는 약간 거리감 있게 보이는 모습이 좋은 것 같아요."

안재현은 최근 중국 영화에도 참여했다. 배우 유인나와 함께 '웨딩바이블'로 대륙을 공략한다. 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기회였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만족해했다. 좀 더 자신감이 생겼고, 연기에 대한 재미와 애정도 더 커졌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안재현 연기 발전했네'라는 이야기를 빨리 듣고 싶다"고 바랐다. "제가 일을 많이 하고 싶은 이유는 연기자라는 소리를 먼저 듣고 싶기 때문이에요. 빨리 또 다음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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