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최선 후에 흘리는 가장 아름다운 눈물

필자는 가끔 아동시설이나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불우 청소년 위탁 상담을 한다. 이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양쪽 부모나 한쪽 부모를 잃어 외롭게 살아가는 경우다.

그런데 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참으로 기특하고 어여쁜 아이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아이들의 특성은 하나같이 환경에 비해 성품이 반듯하며 '현실에 대한 감별' 능력까지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유년기 시절 임대아파트나 아동시설로 들어올 때, 친구들이 놀리거나 함께 놀아주지 않는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조차도 집에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냉담하게 내쫓았다.

그런데도 이 아이들은 친구들이나 다른 어른들을 원망하는 데 자신의 에너지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환영받는 귀한 사람으로 커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에 에너지를 전환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임에도 참으로 가상하고 대견하다.

그때도 찬바람에 코트 깃을 세우게 하는 겨울이었다. 수능 시험을 마친 소년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저는, 그때 저를 냉대한 친구나 그 부모들을 결코 원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떻게 노력해서 운명을 바꿀까를 생각했지요. 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부뿐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 시험을 잘 쳤고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때야 처음으로 그리운 부모님을 떠올리며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감격스러운 말을 떳떳하고 힘차게 하고 난 소년은 갑자기 코끝이 찡해 왔는지, 아니면 필자의 눈물방울을 본 것인지 얼굴을 묻고 서러운 감정을 쏟아 내며 울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말보다 더 깊은 대화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슬퍼하며 우는 내담자에게 자신을 위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허용해 주는 일이다. 아니, 그보다 좀 더 깊은 대화는 소년의 아리고 회환에 가득 찼을 감정에 함께 공감해 주며 마음의 공간을 나누는 것이리라.

필자가 본 그날 그 소년의 눈물은 성공적으로 자기 일을 완결한 후, 그에 대한 감사함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이었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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