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엄마 없이 수능 치른 아들의 눈물

◆고민=일찍이 아내를 여의고 혼자 아들을 키웠습니다. 아들은 엄마 없이 아버지 밑에서 불편한 것도 많았겠지만 묵묵히 잘 따라 주었지요. 또 공부까지 잘해서 학교 선생님은 아들을 칭찬하면서 장래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홀아비인 저는 아이에게 늘 미안했습니다. 제 딴엔 밥하고 빨래하여 최선 다해 키웠지만 엄마만 했겠으며, 말은 안 해도 얼마나 엄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수능을 치른 아들이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펑펑 울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들은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앞으로도 아들을 더 키워야 하는데 홀아버지 역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그간 아내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아들을 챙겨 키우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을까요. 아마 아버지로서 장기간 아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시키고 반듯하게까지 키운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그 고충이 컸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들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했고 또 교사들까지도 아이 장래를 축복해주니 참으로 보람이 크다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에 성공적 성과를 낸 아들이 뜻하지 않게 엄마를 그리워하는 뜨거운 눈물을 터뜨렸으니 아버지로서 마음이 얼마나 안쓰러웠겠습니까.

지금 귀하의 불안은 엄마를 잃은 상처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아이 모습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아이 입장을 보세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있어 엄마는 이불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불은 주위가 따뜻할 때는 차 버리기도 하고 밀쳐내기도 하지만 추위가 오거나 허전할 때는 습관처럼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자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이에겐 이불과 같은 엄마의 존재가 문득문득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랍니다. 귀하의 아이도 그랬을 것입니다. 사춘기 동안 외로움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가끔 이불과 같은 엄마의 존재를 왜 필요로 하지 않았겠습니까. 다만 아이는 그 감정을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왜냐고요? 그 마음속에는 바로,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의 자리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가 지금까지 잘 버티어 온 것은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의 힘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반듯함과 성공적인 결실은 아버지 사랑의 결정체라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시험을 잘 치른 후 엄마를 그리워하는 눈물을 보인 것은 성공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너무나 건강한 눈물이라 보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고통과 슬픈 감정을 인내하며 그 에너지를 자기의 성공으로 승화시킬 수 있고, 마침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후에, 그때야 담아왔던 눈물을 쏟을 줄 아는 멋진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없는 것은 현실입니다. 그것을 아파하고 미안해하기보다는 성공 앞에서 엄마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아이와 함께 울어주는 아버지가 되어 주세요. 그러고 나서 아이의 성과를 진정으로 축하하고 격려하면 아이는 다시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가리라 봅니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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