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스마트폰에 푹 빠진 며느리, 집안일·시어머니는 뒷전

EBS '다문화 고부열전' 20일 오후 10시 45분

스마트폰 사랑에 푹 빠진 필리핀 며느리 크리셀 메이 발데즈(24)와 스마트폰보다 뒷전인 시어머니 백순자(61) 여사가 부산에 살고 있다. 2년 전, 남편만 믿고 한국으로 시집온 며느리가 요즘 남편보다 더 의지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한번 들여다봤다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틸 지경에 이르렀다.

청소할 때, 요리할 때, 심지어 갓 돌이 된 아들에게 수유할 때도 스마트폰을 끼고 있어 시어머니는 기가 찰 노릇이다. 입이 닳도록 잔소리를 해도 그때뿐이다.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 삼매경이니 아침에 남편이 출근을 하든 말든 잠에 취해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어머니는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며느리도 할 말이 있다. 다섯 살 때 친정어머니를 병으로 여의고 아버지 품에서 자란 며느리.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다섯 형제가 똘똘 뭉쳐 아버지 농사일도 돕고, 산에서 약초도 캐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런데 결혼으로 갑작스럽게 바뀌어버린 환경에, 말도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외출을 하고 싶지만 아이를 데리고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다.

잘 쓰면 약이 된다는 스마트폰이 독이 되어 멀어진 고부는 며느리의 친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처음으로 사돈 식구들을 만나고 며느리가 어떻게 자랐는지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로운 시어머니. 그곳에서는 스마트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워하는 며느리의 모습에 시어머니는 마냥 놀랍다. 난생처음 며느리와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바닷가도 거닐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 과연 며느리는 늘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 대신 시어머니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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