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이라면 '대구 10미(味)'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평화시장 닭똥집, 안지랑 막창, 뭉티기, 따로국밥 등 대구시에서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10가지를 묶어 소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구 10미인데, 복어불고기는 대구 10미 중 가장 독특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복어는 대개 탕으로 먹기 마련이다. 술 마시고 난 다음 날 콩나물 듬뿍 넣고 끓여 낸 복어탕 한 그릇은 해장에 그만이다. 또 만화 '식객'에 나오는 황복 회는 미식가들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하는 진귀한 음식으로 회자된다. 그런데 대구는 콩나물, 당면 등을 넣어 매콤하게 바로 볶아 먹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복어불고기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13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 들안길 맛집거리에 위치한 미성복어 본점에 옥포초등학교 32회 졸업생 동창들이 복어불고기를 즐기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모이면 특히 복어요리를 자주 찾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대구 안에 살면서 자주 모이거든요. 그럴 때마다 소주 한 잔씩 곁들이거나 아니면 제대로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꽤 많아요. 그렇다 보니 해장용으로 복어 요리를 많이 찾아요. 술 먹고 난 뒤 속풀이에는 복어 요리가 최고 아닙니까?"
이들이 모여서 자주 먹는 복어 요리는 단연 복어불고기 코스 요리다. 모듬황복불고기와 생밀복 맑은탕, 황복어튀김, 밀복 수육, 껍질무침회가 함께 곁들여 나온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이야기의 주제가 '복어'로 고정되기 시작했다. 동창들 사이에서 미식가로 소문난 나장도(63) 씨는 복어에 관한 자신의 지식을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복어는 참복, 황복, 홍복, 졸복, 밀복 등 해서 8가지 종류가 있어요. 참복이 제일 맛있는데 내년 2월까지 회로 먹으면 맛이 끝내줍니다. 황복을 바로 잡아서 샤부샤부로 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지요. 요즘 복어는 양식도 많이 하는데 양식을 하더라도 생물을 먹어야 맛있죠. 냉동은 맛이 없어요. 또 봄철에는 졸복을 회로 먹어도 맛있어요."
막힘없이 풀어내는 나 씨의 복어 이야기에 동창들은 "어찌 그리 잘 아느냐"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나 씨는 "먹는 것에 한해서는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는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식 복어요리는 이런 것
이윽고 철판 위에 올려진 복어불고기가 나왔다. 거의 다 조리된 상태로 나와 먹을 때는 식탁 위 가스레인지에 데워가면서 먹는다. 복어 살 한 점을 아삭한 콩나물, 쫄깃한 당면과 함께 먹어봤다. 복어 살의 담백함이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보여준다. 특히 매콤한 양념은 이 음식이 '대구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점을 인증하는 듯하다. 매콤한 양념으로 얼얼해진 입은 생밀복 맑은탕이 달래준다. 쫄깃한 껍질 무침회, 담백한 황복어튀김과 밀복 수육도 소주 한 잔을 부르는 음식들이다.
미성복어는 복어불고기의 원조집으로 통한다. 36년 전 처음 선보인 복어불고기는 현재까지 한결같은 맛으로 대구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은 맛의 비결은 재료에 대한 깐깐한 고집이다. 미성복어 본점의 강신호 주방장은 "복어 종류 중 고급에 속하는 황복과 밀복을 쓰기 때문에 복어의 담백함이 다른 집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복어불고기에 들어가는 양념도 허투루 쓰는 것이 없다. 요리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깨끗한 지하수로 직접 재배한 무공해 콩나물을 쓰고, 고춧가루와 참기름도 고추와 참깨를 직접 수매한 것으로 만든다. 강 주방장은 "적어도 식자재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의 자부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성복어는 앞으로 다양한 복어요리를 준비 중에 있다. 미성복어 측은 "복어를 이용한 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를 현재 연구하고 준비 중"이라며 "미성복어가 만든 복어불고기가 대구 10미에 선정될 정도로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딴 데 눈 돌리지 않고 다양한 복어 요리를 대구 시민들에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복어 코스요리(2만6천~6만5천원), 복어불고기(1만3천~2만6천원), 복어탕(1만~2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9시~자정
▷규모: 100여 석
▷주차 가능(약 20여 대)
▷문의: 대구 수성구 상동 12-7, 053)767-8877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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