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주 문화재 발굴 사업, 경주 시민 피해도 고려해야

경주의 문화재 발굴 사업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 논란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해묵은 것으로 늘 쟁점은 '개발과 보존'이다.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9천450억 원을 들여 경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나서 지난달 경주 월성 지역 발굴 4개 구간 가운데 하나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단독 발굴하도록 승인했다. 이에 대해 경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정수성 국회의원은 대규모 발굴 사업은 한 개 기관의 단독 수행보다 다수 기관을 한꺼번에 투입해 발굴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고고학회 등 국내 11개 고학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다수 기관에 의한 연합발굴은 저가 입찰, 부실 발굴 등을 피할 수 없다며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체계적으로 신중하게 발굴해야 한다며 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주문화원 등 경주지역 11개 문화단체는 발굴조사를 빨리하면 문화재를 파괴한다는 고학회 등의 논리는 그동안 문화재 보존을 위해 모든 피해를 참아온 경주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그동안 경주는 크고 작은 문화재 발굴로 심각한 도시 정체를 겪었다. 2002년부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독점 발굴로 38만 4천여㎡의 쪽샘지구 문화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진척도는 23% 정도다. 또, 정부는 2006~2035년까지 3조 3천500여억 원을 들여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발굴을 시작할 월성지구는 역대 최대 규모인 49만 5천여㎡로, 이를 4곳으로 나눠 한 곳 발굴만 10년 계획이다. 고학회 등의 주장이라면, 나머지 3곳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독점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앞으로 수십 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주의 보존은 단순한 경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이라는 측면이 더 크지만 이를 빌미로 더는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이 전문성을 인정해 발굴 등을 승인한 단체는 경북에만 18개다. 경북도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설립한 기관도 있어 이들을 활용한다면 발굴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사전에 기관의 전문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감독한다면 학계의 걱정과 경주 시민의 피해를 모두 줄이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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